친구의 생일에 노래를 만들었다

기차 한 번에서 노래 한 곡까지

by쭈쓰빵빵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졌다.
작곡을 할 줄 몰라도 노래를 만들 수 있다니!
사실 나는 이런 신문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히는 일도 썩 달갑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AI로 노래를 만드는 영상이 자꾸 눈에 띄었다. 생각보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 보였다.

마침 오랜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 함께해 온 친구. 내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다.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친구가 깜짝 놀라고, 한바탕 웃고, 그러다 조금은 감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추억을 가사로 담아 노래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생각해 보니 참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밤, 우리는 학교 교문을 빠져나왔다.
그때 다리 위로 기차 한 대가 지나갔다.

"우와, 기차다!"

친구가 신기한 듯 기차를 올려다보았다.

"너 기차 처음 봐?"

"아니, 타본 적이 없어."

나는 조금 놀랐다.

친할머니 댁이 나주에 있어 어릴 때부터 기차를 자주 타고 다녔기 때문이다.

"진짜? 그럼 기차 한번 타볼래?"

그 말 한마디에 우리의 황당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친구는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친구 하숙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집에 이야기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기차를 타고 전주에 갔다가 곧바로 돌아오는 것.
자정 전에 돌아와 친구 하숙집에서 자면 그만이었다. 다음 날도 학교에 가야 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밤 열 시 무렵 전주행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주에 도착하고 보니 대전으로 돌아가는 기차가 없었다.
다음 기차는 새벽에나 있다고 했다.
그제야 우리가 막차를 타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차 한번 태워주겠다고 나섰다가 꼼짝없이 전주역에서 밤을 새우게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겁도 없고, 돈도 없고, 계획은 더더욱 없었다.

그때 술에 취한 나이 든 아저씨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기도 돌아갈 차가 없어 새벽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근처에 가서 함께 쉬다가 기차를 타자는 것이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에게 술 취한 낯선 남자가 건넨 제안이었다.
마침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역무원 아저씨가 우리를 불렀다.
그러더니 삼만 원을 쥐여 주셨다.

"이 돈으로 택시 타고 익산역으로 가. 거기서는 대전 가는 기차가 있으니까."


친구와 나는 돈을 꼭 갚겠다며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졸랐다. 그런데 아저씨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락처를 알려주기는 좀 그렇다며 사양하셨다. 그저 조심해서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 돈으로 택시를 타고 익산역으로 가서 무사히 대전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 삼만 원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술 취한 남자가 어떤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역무원 아저씨는 어린 여학생 둘을 그대로 두기가 걱정스러우셨던 모양이다.
그 시절 삼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름도 모르는 두 여학생을 위해 선뜻 지갑을 열었던 그 아저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실까?!

그뿐인가!
신김치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고, 스쿠알렌을 둘러싼 황당한 사기 사건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사고를 치고, 수습하고, 웃고, 울었다.

세월이 흘러 각자의 가정이 생기고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에도 우리의 우정은 이어졌다.

언젠가 친구의 아들이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다.
주변에 친구는 많았지만, 그만큼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때 친구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친구가 꼭 많을 필요는 없어. 살면서 진짜 좋은 친구 한 명만 있어도 돼. 엄마한테 그 친구 같은 사람 말이야. 그런 친구 하나 있으면 인생이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어."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뭉클했다.
그런데 얼마 후, 내 딸이 뜻밖의 질문을 했다.

"엄마, 나도 엄마처럼 그렇게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돼?"
딸의 눈에도 우리의 우정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했다.

그러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야, 딸한테 가서 전해. 이런 사이가 그냥 되는 줄 알아? 서로 복장 터져 가며 싸우고, 울고불고, 상처도 주고받고, 별의별 일을 다 겪어야 이런 친구가 되는 거라고!"

듣고 보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언제나 좋은 친구였던 것은 아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던 날도 있었고, 마음에 상처를 남긴 적도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기대가 컸고, 기대가 큰 만큼 서운함도 컸다.
돌이켜 보면 내가 모난 구석이 많아서 친구가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마음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크다. 가끔은 미안하기도 하다.

좋은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인생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아들에게 말했던 친구.


내게도 그 친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런 친구의 생일이니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웃겨 주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의 추억을 하나씩 가사에 담았다.

프로그램에 가사를 넣고 원하는 분위기를 주문하자 금세 노래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처음 나온 노래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트로트풍이었다.
다시 만들어 보니 이번에는 지나치게 시끄러웠다. 반주에 묻혀 정작 중요한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건 아닌데.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 몇 곡을 더 만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신나게 웃다가 마지막에는 마음이 조금 찡해지는 노래였으면 했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왔다.
세상에.
내가 쓴 이야기가 진짜 노래가 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제법 그럴듯하게!

혼자 몇 번이나 다시 들었다.
친구 생일 선물을 만든다더니, 정작 내가 더 신이 났다.
지난 목요일, 드디어 친구의 생일이었다.
준비한 노래를 들려주며 깜짝 파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황당한 기차 여행부터 우리가 함께 겪었던 별의별 사건들까지.

노래 한 곡에 담기에는 지나온 시간이 너무 길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 웃고 떠들던 그 시절을 잠시나마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살아보니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이 마냥 즐겁고 사이좋게 지내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겠다.
서운하고 미운 날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또 다투고 속상해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때마다 조금은 더 잘 이해하고, 조금은 덜 상처 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

시간이 흘러 머리가 희끗해지고,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반복하게 되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지금처럼 미친 듯이 웃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이야기할 때 너를 빼놓고는 내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는다.
네가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었던 수많은 순간도 잊지 않고 있다.
고맙다.
그 긴 시간을 나와 함께해 줘서.

생일 파티는 이미 끝났지만, 노래는 나 혼자 듣기 아까워 여기에 살짝 공개해 본다.

제목은 조금 촌스럽다.
그런데 나는 그게 아주 마음에 든다.

「야, 상미야!」

내 친구 상미를 위해 만든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