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매일 나를 갱신해가는 성취감

by이고은

아침에 눈을 떠 체중계에 오른다. 수치를 확인한 후 곧바로 AI에 입력한다. 아침 식사를 차려 사진을 찍고, 재료와 분량을 AI에 전달한다.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하루의 문을 열었다. 이 단순하고 명료한 습관이 어느새 나를 지탱하는 굳건한 루틴이 되었다.


어느 날의 아침 메뉴는 이랬다. 잡곡식빵 1개, 삶은계란 1개, 아보카도 1/4개, 샐러드, 저당발사믹소스, 후랑크소시지 데친 것 1/3개, 그리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이대로 메뉴를 입력하면 AI는 1초 만에 다음과 같이 열량을 계산해준다.


​잡곡식빵 1장: 약 90 kcal
​삶은 계란 1개: 약 75 kcal
​아보카도 1/4개: 약 60 kcal
​샐러드 채소: 약 20 kcal
​저당 발사믹 소스: 약 15 kcal
​데친 후랑크 소시지 1/3개: 약 60 kcal
​아메리카노 1잔: 약 5 kcal


총 열량은 약 325kcal. 풍성한 온라인카지노를 즐기듯 포만감 있게 식사한 뒤, 하루 목표 섭취량 1300kcal 중에서 남은 ‘가용 버퍼’가 975kcal임을 확인한다. 오차 없이 완벽한 숫자는 아닐지라도, 내 몸에 들어가는 연료의 양을 인지하고 있다는 자각 자체가 나를 방어하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점심 약속이 잡히면 ‘고단백’, ‘고식이섬유’를 제1의 원칙으로 삼았다. 덮밥집에서는 양념 범벅의 고기 대신 담백한 해산물 토핑을, 파스타 전문점에서는 크림 소스보다 알리오 올리오와 같은 오일 베이스를 골랐다. 한식당에 가면 밥부터 반 공기 덜어내고 쌈채소를 더 풍부하게 곁들였다. 식사 후에는 대략의 섭취량을 잊지 않고 기록했다.


오후 4시쯤, 허기가 슬며시 고개를 들 때면 무작정 참으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제로(0) 칼로리 차를 한 잔 마시거나, 방울 토마토를 5~6개 꼭꼭 씹었다. 작은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욕구를 지연시키는 훈련을 하자, 충동적인 폭식을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집에서 맞이하는 저녁식사는 주방저울로 완벽하게 통제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연어, 고등어, 오징어, 참치, 계란, 두부, 미역 등 자연 그대로의 원물 식재료가 주방을 채웠다. 가공식품은 최대한 멀리 하고, 먹더라도 가장 건강한 방식의 조리법을 찾아 소량만 먹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하루 총 섭취 칼로리를 최종 집계하고, 밤 운동으로 비워내야 할 목표 열량을 확정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8시쯤. 운동화끈을 묶고 밖으로 나섰다. 간단한 준비 운동을 하며 스마트 워치에 3~5km를 입력한 후 목표한 만큼 오롯이 달렸다. 스마트폰은 일부러 집에 두고 나갔다. 그 시간만큼은 디지털 화면 대신 발바닥이 지면을 차는 감각, 심장 박동의 속도,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에 완전히 몰입하고 싶었다.


내가 세운 원칙은 단순했다. ‘매일, 변함없이’.


그날의 데이터는 반드시 그날 마감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아침 체중계에서 시작해 밤의 러닝으로 끝나는 이 루틴은 단순한 체중 감량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였다.


하루를 온전히 내 의지로 통제한다는 충족감,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다는 일상의 감각. 어제보다 0.1kg 더 가벼워진 몸, 어제보다 1초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된 심폐력. ‘나를 매일 새롭게 갱신해나가는 성취감’이야말로 마흔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해가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