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변화하고 있다는 실감이 선명해졌다. 매일 빠짐없이 기록한 몸무게는 정직하게 내려갔다. 이 실험을 결심했던 4월 24일,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1차 목표 ‘-9kg’을 어느새 훌쩍 넘어섰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내 몸에서는 무려 13kg의 군더더기가 사라졌다. 비만의 문턱을 위태롭게 서성이던 BMI 지수도 목표치였던 23 아래로 뚝 떨어졌다.
체중의 앞자리가 바뀌자 일상의 중력이 달라진 것이 체감됐다. 몸이 가벼워지니 움직임은 훨씬 날렵해졌고, 무엇보다 체력의 한계치가 점차 상승했다.
예전엔 2km만 뛰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웠는데, 이젠 3km를 가뿐하게 질주할 수 있다. 3km 완주에 21분 이상(페이스 7'00"/km) 걸리던 속도가 19분대(페이스 6'20"/km 안팎)로 껑충 뛰었다. 체중이 줄자 달리면서 무릎에 가해지던 통증이 씻은 듯 사라졌고, 달리는 자세 역시 곧고 안정적으로 변했다.
딸과 함께 달린 후 ‘공스장(공원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이어간 덕분이다. 아이와 윗몸일으키기 시합을 하곤 했는데, 처음엔 30개도 빠듯하게 해내던 내가 이젠 기본 50개, 컨디션이 좋은 날은 70~80개도 거뜬히 해낸다. 코어와 허리 근육이 단단하게 몸의 중심을 잡아주니 몸의 전체적인 균형 감각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비가 오거나 외식으로 칼로리 버퍼가 빠듯한 날에는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헬스장 ‘천국의 계단(스텝밀)’ 못지않은 최고의 운동 기구가 바로 매일 마주하는 아파트 계단이었다. 30층 높이를 한 번 오르면 약 100kcal가 소모되는데, 평지 러닝보다 심폐 기능 강화와 하체 근육 단련에 탁월한 고강도 운동이다.
작정하고 칼로리를 태우는 날엔 90층을 오르기도 했다. 30층을 올랐다가 관절 보호를 위해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총 3회를 반복하는 것이다. 30분을 투자해 300kcal를 순식간에 태워 없앨 수 있어, 바쁜 날이나 과식한 날의 긴급 구세주 같은 운동이었다.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을 때에도 OTT 영상을 보며 계단을 올랐다. 소파에 누워 늘어져 보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생산적이고 상쾌했다.
이전의 나에게 운동이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고통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괴로운 상태가 먼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은 대개 내 몸의 상태를 무시한 채 무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페이스를 찾아 꾸준히 호흡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그렇지 않다.
규칙적인 심장박동,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두 다리의 리듬,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온전히 몰입하다 보면, 세상의 소음과 머릿속 잡념이 깨끗이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오롯이 나와 내 몸의 대화만이 남는 그 순간을,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40~50분간 땀을 쏟아내는 이 시간은 이제 내게 가장 귀한 힐링의 순간이다. 달리기는 일종의 ‘명상’이 되었다.
운동의 자립은 요가에서도 이어졌다. 예전에는 전문 요가 강사의 구령과 교정이 없으면 혼자서는 동작 하나 제대로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동작일수록 본인 의지만으로 버텨낼 수 없어, 누군가의 코칭이 필요하다고만 생각했다. 수업을 빠지게 되면 운동을 멈추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벽에 잠에서 깨거나 집안이 고요할 때, 거실에 매트를 펴고 유튜브 영상을 켜는 것만으로 나만의 요가 스튜디오를 개장한다. 내 몸의 컨디션에 맞춰 필요한 부위와 강도를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호흡을 조절하며 동작을 버텨낸다. 중요한 것은 값비싼 회원권이 아니라, 스스로 매트 위에 서겠다는 의지와 실천력이었다.
운동이 내게 준 선물은 단순히 가벼워진 몸무게나 탄탄해진 근육만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온전히 내 몸의 주인이 되었다’는 단단한 자각이다. 살면서 언제 이렇게 내 몸과 깊고 솔직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었을까. 신체의 한계를 탐색하고, 몸 구석구석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며, 나를 매일 새롭게 돌보는 일. 그것보다도 나 자신을 더 온전하게 사랑하고 돌보는 일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