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는 출산과 비슷하다. 할 때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망각의 강을 건넌다. 첫째를 낳은 사람이 둘째를 계획하듯이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면 고통은 허공으로 증발한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룸으로 들어가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선생님이 딸이 다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딸도 그 학교를 나왔다고 말하며 나는 환하게 웃었다. 잠시 후에 다시 지옥문이 열릴 거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수업 초반은 비교적 쉬운 동작들이었다. 문제는 옆으로 누워서 하는 동작이었다. 한쪽 다리를 스트랩에 걸고 무릎을 구십 도로 굽힌 상태로 있다가 위로 힘껏 들어 올려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렸다. 선생님은 할 수 있다며 나를 격려했고 나는 입을 꽉 다물고 얼굴을 일그러뜨린 상태로 버텼다. 지옥문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열린다. 선생님이 말하는 “다섯 번 더”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입이 바짝 말랐다. 평소라면 남은 시간을 확인했을 텐데 오늘은 시계를 보지 않았다. 남은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버틸 힘이 사리질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자 무너지는 건물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나는 미소를 지으며 강의실 문을 나섰다. 탈출에 성공했음에도 다음 주에 다시 지옥문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