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별밤의 끝에서

여자 혼자 떠나는 남미 여행기

by밍이

은하수가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 은하수였다. 호주에서도 몽골에서도 별을 봤지만, 이렇게 선명하게 본 건 처음이었다. NASA에서 공개하는 별 사진을 크게 펼쳐 놓은 것 같았다.


망원경으로 행성과 성단도 관찰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망원경 속 작은 세상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하나에 초점을 맞춰 그 빛을 오롯이 바라보는 일도 참 아름다웠다. 영원히 간직할 수 없는 보석 같았다.

아쉬운 점은 사진이 잘 찍히지 않는다는 거였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설정을 바꿔 봐도 자꾸 흔들렸다. 눈으로는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데, 사진에는 왜 제대로 담기지 않는 걸까.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타이머를 맞추고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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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공이었다. 화면에 별이 선명하게 찍혔다!

드디어 나도 찍었다! 바닥에 내려놓으면 될 일을,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애썼다니. 사진을 확인하고 나니 더 신이 났다.

그렇게 사진도 찍고, 망원경으로 별도 관찰한 뒤 자리에 앉아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그때 별똥별이 떨어졌다.


와!

눈이 번쩍 뜨였다.

너무 순식간이라 이미 사라진 뒤였지만, 신기한 마음에 계속 하늘을 바라봤다. 은하수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는데 별똥별까지 보여 주다니. 별똥별은 별이 죽는 게 아니라 우주 먼지나 작은 돌조각이 대기권에 들어오며 빛나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낭만적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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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는 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소원을 비는 시간이었다. 코카 잎을 한 움큼 받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세 번 숨을 불어넣었다. 그대로 소원을 빈 뒤 다 함께 무언가를 외치며 불 속에 뿌렸다. ‘비타 비타’였나. 분명 따라 했는데, 정확한 말은 벌써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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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피워 둔 불을 둘러싸고 함께 소원을 비니 괜히 마음이 들떴다. 특히 이쪽저쪽으로 이동할 때가 좋았다. 몇 걸음 걷다 고개를 들면 또 별이었다. 별을 구경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걷고 기다리고 앉아 있는 내내 머리 위에서 별이 반짝였다.


소원을 빌고 나자 가이드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들어왔다. 어느새 뒤쪽에는 핫코코아와 와인, 마시멜로와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핫코코아를 골라 마시며 마시멜로를 구웠다. 굽는 솜씨가 엉망이라 윗부분에는 불이 붙고 나머지는 제대로 익지도 않았다. 그래도 음악을 들으며 불 앞에서 무언가를 구워 먹는 게 재미있었다.

밤이 되니, 춥기는 미친듯이 추워 담요를 둘러싸고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며 밤하늘을 다시 올려다봤다. 피곤하기도 하고, 춥기도 했지만 이 공간에 있다는 게 퍽 좋았다.

아타카마에 가면 별밤 투어는 꼭 해야 한다. 힘들어도, 꼭. 한국에서 느끼기 어려운 색다른 낭만을 잔뜩 느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행복하게 숙소로 돌아온 나는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열이 확 뻗쳤다. 별밤 투어를 하는 곳에서는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아서 몰랐던 소식이 도착해 있던 것.


[위와 같은 사정으로 스페인어 투어와 환불 중 하나를 선택해 알려주세요. 출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빠른 회신 부탁드립니다.]


‘하……?’

한 달쯤 전에 예약해 둔 우유니 투어 때문이었다. 산페드로데아타카마에서 출발해 우유니로 가는 2박 3일 일정. 출발이 코앞인데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영어 투어 인원이 적어 영어 가이드를 구할 수 없으니, 스페인어 투어로 바꾸거나 환불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투어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그것도 달의 계곡 투어가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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