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괜히 온 걸까?

여자 혼자 떠나는 남미 여행기

by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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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전,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칠레는 입국 서류를 써야 한다는 기내 방송을 듣고 부지런히 작성했다. 그런데 항공편명이 아무리 해도 뜨지 않고 목적지도 검색되지 않았다. 줄을 서서 진땀을 빼다가 마침내 원인을 발견했다. 칠레 입국 서류 사이트가 아니라 싱가포르 입국 서류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던 것. 어째서 자꾸 싱가포르가 눈에 보이나 했지.

허탈해하며 줄을 선 상태로 제대로 된 사이트에서 다시 썼다. 다행히 이것저것 적어야 했던 싱가포르 사이트에 비해 칠레 사이트는 훨씬 간단했다. 그렇게 열심히 작성했건만, 창구에서는 QR을 보여줘도 제대로 확인한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칼라마행 항공권을 보여달라는 직원의 말을 못 알아듣자 그분이 또박또박 한국어로 “비행기표”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이 먼 곳에서 갑자기 한국어를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무사히 입국했으니 이제 국내선을 타러 갈 차례였다. 그런데 국내선 안내 화살표가 자꾸 건물 밖을 가리키는 것 아닌가?

‘밖으로 나가라고?’

같은 건물 안에도 탑승하러 가는 곳이 있기에, 일단 그쪽으로 갔다.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싶었다.

한참 기다려 창구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설마’가 맞았다는 걸 알았다. 국내선은 다른 건물. 시간이 얼마 없어, 결국 밖으로 나와 긴 길을 뛰다 걷다 했다. 화살표를 따라갔으면 될 일을, 괜히 내 나름대로 판단했다가 다리만 고생했지. 알고 있었지만, 멀리 보이는 다른 건물로 가야 한다니 현실부정을 했던 것 같다. 다행히 비행기에 늦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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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자리를 잡은 뒤, 목이 탄 나머지 슬러시를 먹었다. 엄청 차갑고 엄청 셨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머리가 띵했는데, 슬러시를 먹을 때는 이런 차가움이 없으면 조금 아쉬운 것 같기도 하다. 한참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앉아서 차가운 걸 마시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다만 계속 먹다 보니 종이 빨대가 흐물흐물해져서 잘 빨리지 않았다. 제발 종이 빨대…… 사라져…….


탑승구 근처에서는 사람들이 가방 크기를 재고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남미에서 비행기표를 예매할 때마다 기내에 들고 탈 가방을 추가할지 말지 선택하는 항목이 있었다. 기내용 가방도 기내 선반에 올릴 수 있는 크기와 그렇지 않은 크기가 따로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크기를 검사받은 적이 없어 따로 추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설마, 지금 와서 검사하다니! 가방을 들고 타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모두 검사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불안해서 나도 가방을 들고 갔다. 크기를 확인하는 통이 생각보다 작아 보여 긴장했는데 다행히 잘 들어갔다..


칼라마에 도착해서는 미리 예약해 둔 버스 회사를 찾아갔다. 내가 2박 3일 머물 아타카마(사막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칼라마에서 버스를 타고 또 한참을 가야 했다. 혹시 몰라 미리 예매해 두고 갔었는데, 버스 회사가 아주 많아 그곳에서 바로 티켓을 구매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쨌건 내가 찾아가자, 직원은 ATM 앞 빈 공간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렇게 가방을 방석 삼아 한참을 기다리는데 어째서인지 다른 팀들은 다 출발하는 반면 나는 계속 가만히 기다려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지만, 이들도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만 엉뚱한 곳에 앉아 있는 건 아닐까…… 불안이 점점 커지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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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PA~!(버스 이름)”

다행히 맞았다. 버스라고 해서 큰 차를 생각했는데, 막상 타보니 커다란 승합차에 가까웠다. USB 충전기도 꽂을 수 있고 나름 괜찮았다. 휴대전화를 충전하면서 창밖을 봤다.


……창밖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모래언덕 위로 모래가 바람에 옅게 흩날리는 사막을 막연히 상상했는데, 눈앞에는 자갈이 깔린 황량한 땅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사막도 있는 거겠지…….

‘괜히 아타카마를 일정에 넣었나?’

여행 중에는 하지 말아야 할 생각에 빠져들려는 순간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나? 피곤해서 그런가? 다시 창밖을 내다봤다. 여전히 황량했다.


그런데 아타카마에 들어서자 조금씩 마음이 달라졌다. 멀리 화산처럼 보이는 봉우리들이 솟아 있었고, 그 아래로 드넓은 땅이 펼쳐져 있었다. 예쁘게 꾸며놓은 풍경이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매력이 있었다. 날것의 자연이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곳. 옛날 학창 시절에 봉사로 갔던 몽골이 문득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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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카마는 확실히 관광객을 위한 마을이었다. 투어 회사와 식당이 줄지어 있었고, 관광객도 무척 많았다. 남미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핸드폰을 보이지 않게 숨기고 가방을 꼭 붙들고 다녔지만, 아타카마에서는 긴장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물론 핸드폰 손목 스트랩은 꼭 착용하고 다녔지만.

투어는 숙소 근처에서 예약했다. 몇 군데 둘러보니 가격 차이도 몇천 원 정도였고, 더 비교하러 다니기에는 너무 피곤했다.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별밤 투어와 달의 계곡 투어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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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후 계획, 다음날 계획까지 세우고 나서는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다. 사람들은 파카를 입고 다녔지만 나는 반팔이었다. 별로 춥지도 않은데 다들 왜 저렇게 껴입었지. 나는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있는데.

나약한 사람들. 그렇게 나약해서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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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씩씩한 척을 하며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블로그에서 맛집이라고 본 피자집에 들어갔다. 피자집이지만 나는 피자를 별로 안 좋아해서 까르보나라. 기가 막힐 정도는 아니어도 꾸덕하고 괜찮았다. 지금까지 먹었던 스테이크들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위에 올라간 치즈에서는 꼬릿 한 냄새가 났는데, 뭐 일단 재미있는 맛이었다. 가장 맛있었던 건 과일 주스였다. 늘 즐겨 마시는 오렌지 주스가 없다고 해서 추천받아 시켰는데, 여러 과일을 섞은 주스라더니 딸기 맛이 유독 진하게 났다. ¡Qué rico!(맛있다)


숙소에 돌아오니 피로가 몰려왔다. 별밤 투어까지는 한 시간쯤 남아 있던 사건,. 피로회복제를 하나 꺼내 마시고, 패딩을 꺼낼까 말까 고민했다. 남의 파카를 보고 나약하다고 생각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도 별은 기대 됐다. 여기까지 왔는데, 밤하늘은 한번 제대로 보고 싶었다.


투어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별이 보였다. 차 안에서 보기에도 꽤 많았다.

‘오, 별이 좀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내렸는데, 밖에서 본 하늘은 차원이 달랐다.


은하수가 머리 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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