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죽이기

슈퍼맨

by마이즈

많은 영상물에서 어린 남자아이를 표현할 때면 빨간 망토를 등 뒤로 늘어뜨리고 뛰어내리는 모습을 그린다. 나이는 들었지만 철없는 남자를 표현하거나 마약에 취한 사람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왜 그렇게 표현하는 걸까? 아마 그 이면에는 모든 어린 남자들은 슈퍼맨을 좋아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이런 편견은 어린아이들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타민 알약이나 건강식품, 헬스클럽에서도 슈퍼맨을 형상화한 상징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남자들이 슈퍼맨을 동경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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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코믹스의 히어로인 슈퍼맨을 지칭하지 않는 경우에도 우리는 이를 대명사로 사용하기도 한다. 슈퍼맨 콤플렉스 라거나 무엇이든 다 해내는 믿음직한 사람, 완벽한 사람을 슈퍼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칭찬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때로는 강박으로 전환되는 폭력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래전부터 슈퍼맨이 싫었다. 뼛속 깊이 박혀 있는 반골 기질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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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슈퍼맨을 처음 접한 것은 영화였다. 당연히 주변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모두가 슈퍼맨을 좋아할 때, 나는 속으로 빌런을 응원했다. 클립토 나이트라는 명백한 약점이 있는데도, 저들은 왜 슈퍼맨을 쓰러뜨리지 못하는 걸까. 답답했다. 저 완벽의 상징을 누군가가 무너뜨려 주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슈퍼맨은 언제나 승리했고 항상 정의로운 모습이었다. 어떻게 해야 저 괴물을 물리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내 선에서는 결코 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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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에서 슈퍼맨 게임을 처음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재미있겠다 거나 하고 싶다가 아니었다. 드디어 슈퍼맨을 쓰러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놈을 쓰러뜨리려면 나의 피 같은 100원을 희생해야 한다. 나에게 과연 그 정도의 각오가 있을까? 한참을 게임기 앞을 서성이다가 결국 결심했다. 아무런 희생 없이 슈퍼맨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전 100원을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등장하는 적을 물리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리 그래도 졸개에게 지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나는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른 아이에게는 영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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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보스에서 일부러 주먹에 맞았다. 하지만 슈퍼맨은 죽지 않았다. 역시 튼튼한 것 같다. 보스에게 여러 번 몸으로 들이댄 뒤에야 슈퍼맨은 쓰러졌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게임을 끝낸 뒤에도 계속 생각이 났다. 적 캐릭터를 때릴 때의 타격감과 쾌감. 데모 화면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모습. 너무 재미있는 게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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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이대로 패배자로 남기를 바랐지만 나의 게이머 혼은 결국 다시 100원을 넣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2 스테이지까지 진행했다. 두 번째 보스를 보니, 또 슈퍼맨에게 패배를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게임을 진행하며 스테이지 보스마다 한 번씩 슈퍼맨이 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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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쓸데없는 짓인가 싶었지만, 그렇게 꾸역꾸역 반복하며 결국 슈퍼맨 게임을 엔딩까지 진행해 버렸다. 이런… 슈퍼맨에게 패배를 안겨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다시 승리하게 만들어 버렸다. 마인드 컨트롤인 걸까? 최면술까지 쓰다니 역시 슈퍼맨은 뭐든 할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자신이 이기는 미래로 끌고 가다니. 무서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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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8

슈퍼맨. AC. 타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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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이 게임 이전에도 이후에도 여러 작품이 나왔었는데요, 아케이드 플랫폼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당시로서는 타격감이나 액션이 시원시원해서 플레이할 때면 구경꾼이 모이기도 했었지요. 2인 플레이가 가능한데, 신기하게 2 플레이어는 붉은 쫄쫄이에 가슴엔 노란색으로 S가 박혀 있어서 슈퍼맨이라기보다 샤잠에 가까운 모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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