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두라
어린 시절, 카세트 테이프로 구동되는 람보 게임을 한 적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히어로 급의 대단한 군인인 람보였지만, 게임에서는 총 소리에 몰려드는 적을 피해 도망쳐야 했다. 왜 이렇게 만든 걸까? 진짜 람보는 탱크와도 싸우는 엄청난 군인인데 말이다. 그 와중에 코만도라는 영화가 나왔고, 어린 아이들은 그 시절이면 항상 하듯이 또 두 영웅을 싸움 붙이기 시작했다. 람보가 셀까? 코만도가 셀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이야기가 오래 가지 않았다. 둘은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 동료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혼두라라는 게임이었다. 표지에 대놓고 람보와 코만도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지킨다는 스토리였다. 문제는 게임의 난도였다. 나쁜 놈들은 내가 쏘는 총알을 여러 번 맞아야 죽는데, 나는 한 발만 스쳐도 바로 죽어버렸다. 둘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한 사람이 너무 빨리 진행하면 화면에 밀려 죽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번 게임을 반복하며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기는 했지만, 에일리언의 본거지에 들어간 시점부터는 진행이 되질 않았다.
그때, 학교 친구 중 하나가 말했다. 혼두라에는 비기가 있어. 뭔데? 처음 게임을 시작해서 타이틀이 나오는 동안 위 위 아래 아래 좌 우 좌 우 순서로 방향키를 눌러. 그 다음에 B버튼 A버튼 순서로 누르고 시작을 해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야. 그날 곧바로 집에 가서 친구가 시킨 조작을 진행했다. 위위 아래아래 좌우좌우 비에이 스타트! 헉! 목숨이 30개가 되어 있었다. 이대로 진행하고 싶었지만, 옆에서 보고 있는 동생이 눈에 밟혔다. 리셋 버튼을 눌러 게임기를 재구동했다. 위위 아래아래 좌우좌우 비에이. 그 다음에 2인용을 고르기 위해 셀렉트 스타트를 순서대로 눌렀다. 2인용이 되면서 둘 다 목숨 30개가 표시되었다.
그 날, 동생과 나는 처음으로 혼두라의 엔딩을 봤다. 평소처럼 목숨 3개로 에일리언의 본거지까지 쳐들어갔고, 그 곳에서 남은 목숨을 소진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애초에 우리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 본거지가 마지막 스테이지였다. 엔딩을 보긴 했지만, 어쩐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이 비법으로 열심히 연습하자. 그리고 비기 없이 기본 목숨으로 끝까지 깨보는 거야! 동생도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기본 목숨으로 엔딩을 볼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친구는 이 비법 커맨드가 다른 게임에도 먹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후 이 게임 저 게임 시도해보면서 그라디우스를 비롯한 몇 개 게임에서 치트로 사용되는 것을 찾아냈다. 지금 생각하면 허무하긴 하다. 이 커맨드는 ‘코나미 커맨드’ 라는 이름으로 게임 회사 코나미에서 만든 게임에는 대부분 먹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특정 회사 커맨드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기에 온갖 게임에 써먹어본 것이다.
아무튼 코나미 커맨드는 우리에게 막히는 구간 이후를 볼 수 있게 해주었고, 그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게임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는 치트로 받아 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기본 게임의 어려움을 고민하고 만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이 깰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을 못깨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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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8
콘트라. FC. 코나미.
1987년 아케이드로 제작된 초대 콘트라를 패미콤으로 이식한 버전. 하지만 이 버전이 아케이드 버전보다 여러모로 좋은 평가를 받아 런 앤 건 게임의 대표격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래픽 등은 부족하지만요. 당시 유행하던 람보 (실버스타 스텔론)와 코만도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패러디한 두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으며 에일리언에 침공에 두 영웅적인 군인이 대항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유럽에서는 규제 문제로 주인공이 로봇으로 교체되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도 현재도 코나미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혼두라라고 불렀었는데, 공식 명칭은 콘트라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