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와이월드
둘째 외삼촌 집에 함께 사는 동안 박스 안에 있는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패미콤을 한국에 정식 수입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셨기 때문에 테스트해볼 게임이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사촌들을 포함한 우리 다섯 아이는 매주 토요일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했다. 그 안에 와이와이 월드가 있었다. 시작할 때 스테이지를 고르는데, 다른 게임 배경에 코나미 맨과 코나미 레이디가 등장하는 묘한 느낌이었다. 화면을 보며 조잡한 짝퉁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더 잘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한 거지?
어느 날, 처음으로 6개 스테이지 중에 하나를 클리어했다. 그리고 나니 구출한 캐릭터로 변신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어? 이 캐릭터는 채찍을 쓰잖아? 절벽에 적이 있어서 못 넘어가던 구간은 이 캐릭터는 넘어갈 수 있겠는데? 절벽 너머의 적에게 닿을 것 같아! 엇? 이번 캐릭터는 키가 절반이잖아! 지난번에 좁은 길만 있던 스테이지를 지나갈 수 있겠는데? 한번 퍼즐이 풀리기 시작하니 여섯 개 스테이지를 순서대로 모두 클리어할 수 있었다. 막혀 있던 게임이 진행되니 잔뜩 신이 났다.
다만, 문제는 게임 밖에 있었다. 이 게임을 한 번 시작하면 나머지 네 사람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2인 동시 플레이로 하더라도 3명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고민 끝에 규칙을 정했다. 캐릭터를 나눠서 하기로. 처음 코나미 맨과 코나미 레이디는 게임을 제일 잘하는 나와 불곰 형이 맡기로 했고, 그다음에 캐릭터를 추가로 구할 때마다 순서대로 하나씩 나누어 플레이 했다. 때마침 등장하는 캐릭터도 딱 10개였다. 주인공 2명에 구출해서 추가되는 캐릭터 6명, 그리고 두 대의 비행기까지.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 슈팅 스테이지가 걸리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내가 담당할 차례라서 그 부분도 무난히 넘겼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다섯 명이 힘을 합친 플레이로 엔딩을 볼 수 있었다. 서로 패드를 바꿔 들며 플레이한 덕분이었다. 특별한 쾌감이 있었는지, 우리는 이 게임을 몇 번 더 클리어했고 할 때마다 캐릭터를 바꿔서 플레이하기도 했다. 슈팅 스테이지를 (트윈비를 좋아하지만 우리 중 게임은 가장 못하는) 사촌 여동생에게 맡기는 수준까지 되었다. 그렇게 와이와이 월드는 좋은 추억으로 남는 듯했다.
이후 둘째 외삼촌 집을 떠나 따로 살게 된 이후에도 다양한 패미콤 게임을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와이와이 월드 스테이지의 원본 게임을 뒤늦게 접하게 되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게임이다 싶으면 영락없이 와이와이 월드에 등장한 게임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처음 봤을 때 짝퉁처럼 조잡했던 이유가 다양한 게임의 그래픽 느낌을 하나의 게임에 담아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는 것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와이와이 월드에 나오는 게임들을 우선 모두 클리어 하자. 그러고 나서 와이와이 월드를 다시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지만 그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결국 끝까지 클리어하지 못한 게임이 섞여 있었고, 해야 할 게임은 점점 더 많아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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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즈의 30가지 메모리 -1988
와이와이월드. FC. 코나미.
당시 코나미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올스타전. 80년대 코나미의 어벤저스라고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고에몽 시리즈, 월풍마전, 악마성 드라큘라, 구니스, 그라디우스, 킹콩 2, 트윈비 등이 모여있습니다. 주인공은 당시 코나미 게임에 여기저기에 (혹은 매뉴얼에) 등장하던 코나미 맨과 코나미 레이디. 2인 동시 플레이도 되던 게임이지요. 스테이지는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지만, 특정 캐릭터가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이 있어서 결국은 순서대로 플레이해야 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후반부에는 슈팅 스테이지도 포함되어 말 그대로 코나미 게임의 팬이라면 여러모로 즐거운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