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데이터사업은 왜 생각보다 어렵나
데이터사업을 처음 하게 되면 일부는 도파민이 터진다고 말하고 일부는 눈물을 흘린다.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보면 볼수록 우리가 보유한 데이터의 한계도 더 잘 알게 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직하고 싶다는 이유로, 외부 고객을 만나자마자 우리 데이터의 한계부터 늘어놓는다. 금융기관의 특성상 비식별 적정성 평가를 받아야 하고, 개인정보는 전송이 어렵다는 말로 시작한다. ‘에이, 설마 진짜 그러겠어?’ 싶지만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고객이 데이터를 사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이런 경우 두 번째 미팅을 기약하기 어렵다.
비즈니스라는 특성상 정해진 매뉴얼이 딱히 없다. 따라다니면서 배울 선배도 마땅치 않다. 한 명 한 명이 개별 컨설턴트처럼 일한다. 반대로 난생처음 업무의 자유를 느껴본 팀원들은 날개 달린 듯 역량을 펼치기도 한다. 누가 누구를 만나라고 시키지도 않고 어떻게 사업을 하라고 가이드를 주지도 않았으니 전국 방방곡곡 나의 뜻대로 잠재 고객을 만나고, 자유롭게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기관 업무 중에 몇 안 되는 도파민 터지는 업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고객을 만나고 사업을 제안해 본 팀원이라면 데이터 사업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데이터도 잘 알고 사업도 잘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역량을 키워야 한다면 사업을 잘하는 팀원들을 모아서 데이터 교육을 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4~5년간 경험을 해보니 데이터를 잘하는 팀원들을 대상으로 사업 교육을 하는 게 효과가 더 좋았다. 우리가 데이터에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잘 안 보일 때가 많지만 데이터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Sql을 생성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것도 어렵지만, 데이터를 제대로 아는 것이 어렵다. 어떤 데이터가 있고 이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할 수 있고 그 항목을 고객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도 각 잡고 알려주지 않는 데이터의 세계를 겨우 겨우 배워서, 나보다 잘 아는 고객에게 데이터 활용방법을 설명하고, 더 나아가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우리 데이터를 연계해서 분석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 면담을 하다 보면, 우는 팀원들을 여럿 만난다.눈물을 보이는 데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우는 사람을 보면 나도 같이 울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해결을 해야 하기에 면담을 마친 후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막막함의 정체에 대해 생각했다.
첫 번째는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의 미숙함에 있다. 고객이 10일까지 데이터를 달라고 했는데, 원래는 될 줄 알았는데 실수로, 행정의 지연으로 기타 사유로 마감을 지키지 못하고 고객은 독촉하는 경우다.
야근을 해도 문제를 처리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막막함,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서 느끼는 자괴감이다. 더 나아가서 이런 자괴감을 느끼게 한 회사의 환경이 원망스러워진다.
고객이 데이터 수정을 요청했을 때 데이터에 능숙한 직원들은 금방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수정한다. 이 과정에서 작업을 다시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직접 다루지 못하거나, 아직 미숙한 직원들은 어떨까? 수정을 요청한 고객이 원망스럽고,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모두가 바빠서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환경이 답답해진다.
두 번째는 노력을 해도 바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력이 계단식으로 증가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사업 수익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제안을 한 건 했다고 바로 한 건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 여러 번 거절당하고, 많은 경우가 회신이 없고, 어떤 경우에는 다 차린 밥상에 다른 사람이 숟가락을 얹기도 한다. 한 번의 좌절, 두 번의 거절, 세 번의 실패가 쌓이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아, 나는 데이터사업이 안 맞는구나’ 좌절하게 된다. 조금만 버티면 드디어 계약이 되는 건데 과정이 힘든 만큼 다시 이런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 번째는 데이터 사업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다. 데이터라는 직무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분석 업무를 하고 싶어 한다. 모델링, 고급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데이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데이터’라는 공통의 직무를 가지고 있지만 업무의 성격이 무척 다르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는데 ‘사업하다 보면 물 경력 된다’, ‘배우는 것 없이 계속 소진된다’와 같이 부정적인 말을 듣게 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데이터도, 데이터 사업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도 많다. ‘데이터 그거 안 되는 거라는, 사업은 그만 접어야 된다’는 말들이다. 계속 이런 환경에 노출되다 보면 내가 이 일을 열심히 한다고, 잘한다고 기대할 수 있는 게 뭐지 고민하게 된다.
데이터 분석을 잘하고 싶을 때는 자격증도 따고 학원도 다니고, 실제로 코드를 짜 보기도 하는데 많은 분들이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배우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사업과 관련한 훌륭한 바카라들이 많고, 가격 협상, 커뮤니케이션, 하다못해 이메일 쓰는 법에 대한 바카라들도 있는데 데이터사업이라는 새로운 직무를 시작하면서도, 잘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실행이 없다. 표면적으로는 무엇을 공부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진짜 잘하고 싶으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한국인 아니었나?
데이터 공부도 안 하고, 사업 공부도 안 하고, ‘저는 아직 잘 모르니까 뭐든지 시켜만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와 같은 마인드도 없이,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그렇게 해서 잘할 수 있는 업무는 없다.
데이터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태도를 모두 갖출 수 있게 수양을 쌓아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표현해야 하는 직무이기 때문이고 대화의 소재가 신기술, 데이터, AI 거기에 수익, 사업이 붙어있기 때문에 그렇다.
데이터는 쓸모없다는 고객에게 나의 말하기로 그의 마음을 바꾼 경험, 경쟁사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던 고객을 더 비싼 가격에 우리 회사의 고객으로 유치한 경험, 새로운 데이터 상품을 제안해서 계약까지 성사시킨 경험, 작고 큰 성공 사례를 직접 경험해 보면 내가 어떤 것에 장점이 있고 어떤 것이 부족한지 선명하게 보인다.
공통의 제안서를 가지고도 어떤 팀원은 신용평가를 어떤 팀원은 마케팅을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말하게 되어있다. 자신 있는 부분을 늘리면, 그때는 내가 잘 아는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