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가격 협상의 방법

02. 가격 협상 방법


가격은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격이 싸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가격이 너무 낮으면 품질이 안 좋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가격이 높으면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고 지레 짐작하기도 한다. 원가를 정확하게 바카라정하기 어려운 데이터의 경우, 가격을 어떻게 바카라정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나름 합리적으로 바카라정한 가격이 고객에게 받아들여질수 있을까?


가격 협상 방법에 정답은 없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실수를 줄이고 시도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지피지기 전략이다. 데이터 가격을 말하기 전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예산 규모와 데이터 사용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고객이 데이터 구매로 1억을 사용할 예정인데, 데이터 가격이 5천만 원이라면, 또 다른 데이터를 추가해서 1억 가까이로 견적을 상향할 수 있다. 데이터를 구매해서 제3자에게 재판매할 목적이라면, 고객의 기대수익보다 데이터 구매비용이 적기만 하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부동산에서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예산의 규모다. 예산이 10억인 사람에게 50억원짜리 아파트가 싸게 잘 나왔다고 제안해 봐야 고객은 구매할 수 없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 10억이 아파트 구매에 사용하는 비용인지, 인테리어, 세금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 예산인지도 알아내야 한다. 데이터 사업도 이와 비슷하다.

나라장터에서 나온 공고, 전년도에 진행된 유사 사업 내역, 이미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서 고객이 예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그 예산으로 최종적으로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두번째는 기준점을 잡는 일이다. 협상에서는 가장 먼저 제시된 가격이 기준점이 된다. 사전 정보가 충분하다면 고객이 묻기 전에 혹은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먼저 금액을 정해서 회신하는 것이 유리하다.


‘데이터금액은 3천만원’이라고 먼저 제시되면, 고객은 3천만원을 기준으로 깎으려고 하지만, 그 금액은 얼추 3천만원 언저리에서 협의가 된다. 100만원에 사겠다고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3천만원을 기준으로 협의가 시작되면 데이터 항목이 추가되더라도 1억원으로 높여 받기 어려워진다. 견적은 애초에 금액이 안 맞아 계약이 성사되기 어려운 고객을 거를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시장 조사를 아무리 해도 사전 정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무턱대고 가격을 부르기 보다 고객에게 직접 의견을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사업으로 배정된 예산 규모가 어떻게 되세요?”

“이 데이터를 활용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렇게 질문하여 고객이 먼저 특정 금액을 말하게 되면, 앞선 원리에 따라 고객이 말한 금액이 이번 협상의 기준값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도 사업에 참여할지 말지, 어디까지 제안할지를 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일이다. 협상 전 이 금액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는 최저 방어선을 반드시 정해야 한다. 데이터를 판매하다 보면 역마진이 아니면 다 팔고 싶어진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고객이 이번만 가격을 낮춰 달라고 할 때, 다른 경쟁사가 너무 낮은 금액에 데이터를 공급해서 기존 계약을 뺏길 것 같을 때 가격 인하의 유혹이 커진다.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금액이하로는 데이터를 팔지 않겠다는 마지노선이 있어야 협상에서 계속 밀리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대안을 확보하는 일이다. 하나의 계약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아주 큰 규모의 계약에 올인해서 그 계약을 수주하는 것으로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 되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피해가 너무 커진다.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협상력이 낮아진다. 대안이 많을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협상하는 것이 좋다.

“가격은 대략 1장이요”

이런 형태의 답변은 하지 말자. 가격은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인 숫자는 고객으로 하여금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명확한 산출 기준에서 나온 값이라는 신뢰를 준다. 그 가격이 산정된 사유를 붙여서 회신하면 더 좋다.


“문의하신 데이터 견적은 3,280만원(부가세 별도)입니다. 안전한 데이터 제공을 위해 데이터 전문기관을 통해 비식별 적정성 검토를 진행합니다. 해당 비용 및 원천 데이터 추출을 위한 공수가 포함되었습니다”


데이터 사업의 가격협상은 데이터 가치를 보여준다. 협상은 상대가 있는 업무다. 같은 데이터를 두고 가치를 어떻게 산정하고 가격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의 과정이다. 충분한 사전 정보 확보, 선제적인 기준점 제시, 마지노선 설정, 다수의 파이프라인 구축을 통해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어 내보자.


협상이 첫번째부터 내 뜻대로 잘될리 없다. 작은 시도, 큰 시도, 너무 크게 질러서 마음이 쫄리는 날, 너무 싸게 준것 같아서 후회되는 날, 많은 과정을 거쳐 나의 협상력도 완성된다. 실제 경험 없이 쌓을 수 있는 기술이란 없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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