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데이터를 진짜 활용하고 있을까?
빅데이터 이야기를 많이 들은 사람들은, 빅데이터를 맛보지 않고도 이미 배가 불러버렸다. 실제로는 한 입도 먹지 않았는데 냄새에 질려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부는 빅데이터라는 것을 이미 다 해봤다고 말한다. 데이터를 활용해 봤다는 사람들 중에 데이터가 진짜 필요하다고, 꼭 업무에 도입해 보라고 권유하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데이터라는 것이 아직 시기상조라고도 하고, 데이터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데이터 없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데이터 활용은 이제 허황된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바카라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바카라을 아예 안 읽는 사람보다 위험하다는 말처럼, 데이터를 살짝 들여다보고 부정적으로 판단해 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데이터 활용을 제안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반대로 데이터에 미쳐버린 사람들도 있다. 기업 안에서 직접 생산되는 데이터가 없는데도 데이터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있다. 중소기업인데도 외부에서 거침없이 데이터를 사다 모은다. 데이터 관련한 세미나에서 계속 마주치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법, 관련 기술도 해박하다. 그런데 또 대표적인 데이터 성공사례가 없다.
“왜 그렇게 데이터를 모으세요?”
하고 물어보면, 나중에 이게 얼마나 가치 있는 자산이 될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경영진의 선견지명이 있는 걸까?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반응은 이렇게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데이터라는 단어만 들어도 반대하고,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 찬양한다.
데이터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필요한 데이터가 이미 충분히 있고,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데이터를 도입해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하고 계세요?”
“내부에서 성공 케이스로 어떤 사례를 들고 계세요?”
매출이 늘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기존에 몰랐던 인사이트를 얻거나, 내부 데이터가 정제돼 실제 분석에 활용되고 있거나, 어떤 한 가지라도 잘된 사례를 물어보면 서로 옆사람을 쳐다보기 바쁘다. 이런 질문을 처음 들어본 것처럼 당황하는 사람들도 있다.
“있었던 것 같은데 뭐였지? 제가 지금은 데이터 일을 안 해서…”
“아마 다들 활용하고 있을 걸요?”
애매하게 대답한다.
데이터를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왜 그 흔한 성공 사례 하나 없을까? 이런 기업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일부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만든 대시보드를 보여주기도 한다. 임원 보고용으로, 또는 현업에서 볼 수 있게 KPI 지표를 시각화한 화면이다. 언제든 볼 수 있게 웹 버전이나 앱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하고, 아예 대 고객 서비스로 공개하기도 한다.
화면을 만든다는 건 반복적인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계속 접속하고 활용해야 그 대시보드가 살아있게 된다. 그런데 대시보드를 누가 만드는 가 들여다보면 현업부서가 아니라 데이터팀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필요하시죠?”
“어떤 것이 필요하세요?”
“엑셀로 월별 업데이트 하시죠?”
“그럼 화면이 하나 있으면 좋겠네요?”
이런 흐름이다.
한두 번의 회의를 거쳐, 실제로는 열 명도 채 활용하지 않을 화면을 몇 억 원을 들여 만든다. 길게는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사람들이 잘 활용하지 않아 대시보드를 유지할지 접을지 고민하는 시점이 되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노력해서 만들었는데 현업에서 사용을 안 한다.”
애초에 고객을 위해 설계한 화면인데 고객이 활용하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 기획의 실패이지, 활용하지 않는 고객의 잘못이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손가락만 움직이면 안 된다. 데이터분석가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급 SQL 기술과 파이썬을 활용하는 방법이겠지만 이는 전체 공정의 일부일 뿐이다. 먼저 어떤 분석이 필요한지 충분히 협의해야 하고, 어떻게 대시보드를 구성해야 실제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협의해야 한다. 이번 데이터 작업을 왜 하는 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외부에 고객이 있는 작업이라면 어떤 목적에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지, 언제까지 필요한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이해가 있는 상태에서 분석을 시작하면 고객이 요청했던 값이 나오지 않더라도 대안으로 제안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 수 있다.
데이터 설계 없이 손부터 움직이면 고객이 원하는 정보가 나오지 않았을 때 이렇게 끝나버린다.
“아, 그 값은 원래 없어요.”
“테이블에 없는 항목이에요.”
간단하지만 엄청난 차이다. 그리고 이런 업무들은 AI가 대체할 자리다.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데이터 활용의 목표는 회사 전체 직원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데이터 분석과 실제 업무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가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우리 회사가 데이터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같은 회사 안에 있다. ‘저 사람이 잘 몰라서 그래요’ 하고 넘기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다. 그들이야말로 내부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내부 고객이든 외부 고객이든,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지 않는 데이터 분석은 시작부터 가치가 반쯤 사라진다.
고객의 수요를 파악해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객의 실제 업무 가까이에서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한두 번의 짧은 미팅에서, 현업 담당자들이 갑자기 생각해서 뱉은 말 몇 마디로 현상을 진단하기 어렵다.
잘 만들어도 남이 만든 대시보드라는 생각이 들거나 나와는 동떨어진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면 쓰지 않는다. 고객과의 거리가 편안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데이터가 실제 활용되게 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