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기로 했다.

거울 속에 비친 그림 속의 나

by달난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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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나와 비슷한 또래부터 나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까지, 가만히 ‘유쾌한 어른’을 떠올리고 찾아봤다.

이상하게도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범위를 인터넷 세상까지 넓혀 연예인 중에서도 찾아봤다.

그나마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최화정 씨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분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유쾌함’보다는 ‘명랑함’에 조금 더 가깝다.


명랑함과 유쾌함.

명랑함은 이미 내가 십 대와 이십 대에 거쳤던 장르이기도 하고, 나이 들어서는 좀 더 유쾌함 쪽을 원한다.

저 둘은 내게는 상당히 다른 차이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왜 유쾌한 어른은 이렇게 보기 드문 걸까.


단순히 나이가 들수록 웃을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더 큰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궁금해진 나는 도서관에 들러 ‘유쾌한 어른이 되는 법’ 같은 바카라을 찾아봤다.

바카라에서는 유쾌한 어른이 되기 위해 다섯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상력, 즉흥성, 경이감, 사교성, 그리고 유머.


역시 유머.


단번에 나에게 부족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버렸다.


생각해 보면 이 다섯 가지는 어른이 될수록 하나같이 어려워지는 것들이다.


유머를 구사하려면 때때로 기꺼이 바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허를 찌르는 센스라도 타고나든가.

즉흥적이려면 상황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뭐, 이것도 재밌네” 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상상하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생각에 기꺼이 시간을 써야 하고, 경이로움을 느끼려면 이미 수백 번 보았고 확신하는 것들을 가끔은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아마 나이 들수록 경험이 쌓이고 아는 게 많아지니까 마지막이 제일 어렵지 싶다.


매일 지나던 길의 구름을 보고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다거나, 늘 보던 것을 오늘 처음 본 것처럼 한참 들여다보는 일.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이런 경탄하는 능력들을 조금씩 잃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어려운 미션이다.


사람마다 다섯 가지 중 부족한 것이 다르겠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유머 능력을 갈고닦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하자마자 막막하다.

유머를 구사하기엔 내 머리가 충분히 똑똑하지 않은 탓일까.

답답한 마음에 챗지피티에게 물어봤더니 나머지 네 가지는 꽤 높은 수준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어디까지나 챗지피티의 평가이므로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 기분은 좋았다.


그러고 보니 꼭 이미 존재하는 유쾌한 어른을 찾아내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내가 최초의 유쾌한 할머니가 되는 거다.


퍼스트 펭귄마냥 바카라임이 막중하다.


그래도 지금부터 한 20년쯤 노력하면 제법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도 쓸모없는 상상을 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고, 수백 번 본 구름을 처음 본 것처럼 감탄하며 올려다보고, 때로는 기꺼이 바보 같은 농담을 하는 할머니.


생각해 보니 꽤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나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기로 했다.

오늘부터 유머 공부 시작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