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시(潛跡詩)

by슈펭 Super Peng

​세상의 안테나가 닿지 않는 외곽,
전파가 툭툭 끊기는 행성에 불을 끈다.
누군가의 타임라인 위에서
나는 부재중이라는 문장조차 생략된 공백.
​보여지는 나를 증명하느라
매일 닳아가던 픽셀들을 로그아웃한다.
인맥의 두께를 재던 자를 부러뜨리고,
시선의 중력이 작동하지 않는
무중력의 궤도로 가만히 미끄러진다.
​사라짐은 증발이 아니라
나라는 원석을 지키기 위한 밀실의 연금술.
소음의 가루들을 탈탈 털어내고
침묵을 잉크 삼아 내 안의 심해를 받아 적는다.
​그리하여 이 잠적의 끝은 방랑이 아닌 도착,
가장 나다운 고독의 주파수를 찾아내는
고요한 은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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