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딸에게서 편지가 왔다

6화. 두 번째 편지

by필립

“이번에는 내가 설명할 때까지 아무 데도 가지 마.”


재하의 왼손에는 갈색 가죽시계가 들려 있었다.


나는 그가 아닌 출입문 쪽으로 물러났다.


“문 열어.”


“내가 잠근 게 아니야.”


“그 말까지 차우진이랑 똑같이 하네.”


재하가 천천히 시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 시계도 내 것이 아니야.”


“그런데 왜 들고 있어?”


“바닥에 떨어졌으니까 주운 거야.”


“네가 7년 전에 끝내지 못한 일을 다시 하러 왔다고 적혀 있었어.”


나는 사진 뒷면을 그에게 보여줬다.


“끝내지 못한 일이 뭐야?”


재하는 문장을 읽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7년 전 사고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건 알고 있었어.”


“뭐?”


“네가 나를 찾아오던 날, 택시가 갑자기 경로를 바꿨다고 했지?”


“기사가 길을 잘못 든 줄 알았어.”


“내가 바꿔달라고 부탁했어.”


재하는 휴대전화를 꺼내 오래된 통화기록을 보여줬다. 7년 전 기록을 따로 저장해둔 화면이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11분 전, 그가 택시회사로 전화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네가 타고 있는 택시 번호가 편지에 적혀 있었어. 그 차를 돌리지 않으면 네가 교차로에서 죽는다고 했고.”


“그래서 기사한테 전화한 거야?”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 그런데 편지에 네가 어느 길로 올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택시 번호까지 정확히 적혀 있었어.”


“왜 경찰에는 말하지 않았어?”


“미래에서 온 편지를 보여주면서 사고가 날 거라고 말했어야 했으니까.”


“사고가 난 뒤에는?”


“말하려고 했어.”


재하가 사진관 한쪽 벽을 바라봤다.


“그런데 사고 현장에서 한 남자를 만났어.”


휴대전화에 도착한 CCTV 사진이 떠올랐다.


7년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얼굴로 서 있던 차우진.


“우진 씨였어?”


재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이름을 몰랐어. 사고가 발생한 뒤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그 남자만 반대편에 가만히 서 있었어. 마치 사고가 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우진 씨와 이야기했어?”


“그 사람이 먼저 나를 찾아왔어.”


재하는 촬영실 안에 있는 낡은 의자에 앉았다.


“내가 박재하라는 것도, 너와 만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뭐라고 했는데?”


“한서윤을 살렸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


“그게 무슨 뜻이야?”


“사고는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날로 옮겨간 것뿐이라고.”


재하는 그 말을 들은 뒤 우진을 붙잡았다고 했다. 누구인지, 편지를 보낸 사람과 무슨 관계인지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가지 경고만 남겼다.


한서윤 곁에 계속 있으면 다음 사고는 피할 수 없다고.


“그래서 나를 떠났어?”


“그 말 때문만은 아니야.”


“그럼?”


“차우진이 떠난 자리에서 두 번째 편지를 발견했어.”


나는 재하를 바라봤다.


“두 번째 편지?”


그는 사진관 카운터 아래에 숨겨둔 여행 가방을 열었다.


수십 통의 보내지 못한 편지 밑에서 검은색 봉투가 나왔다. 어제 호텔에서 본 편지와는 달랐다. 종이는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닳았지만 봉투를 봉인한 붉은 밀랍은 이상하리만큼 선명했다.


재하가 봉투를 열었다.


“첫 번째 편지는 네 곁을 떠나라는 내용이었어.”


그가 안쪽에 있던 종이를 꺼냈다.


“두 번째 편지에는 떠나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일이 적혀 있었어.”


나는 편지를 받아 읽었다.


박재하에게.


한서윤과 헤어지지 않으면 2019년 12월 24일 오후 3시 47분, 한서윤의 어머니가 죽는다.


한서윤이 너를 따라오지 못하도록 흔적을 남기지 말고 사라져.


7년 뒤 다시 만날 때까지 연락해서는 안 된다.


이 편지를 보여줘서도 안 된다.


약속을 어기면 사고는 한서윤에게 돌아간다.


편지를 읽는 동안 손끝이 차가워졌다.


2019년 12월 24일.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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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이야기는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감정, 문득 떠오른 상상, 기억 속에 남은 장면들을 모아 나만의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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