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미래를 아는 이웃
내 미래의 남편은 현관 밖에서 전 남자친구와 밤을 새웠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미래에서만 내 남편인 남자였다.
사진 속 차우진의 얼굴은 새벽이 밝아올수록 다시 흐려졌다. 봄이의 얼굴도 더 이상 선명해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보였던 오른쪽 눈이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고 있었다.
미래는 멈춰 있지 않았다.
내가 누구와 이야기하고, 누구를 믿고, 어느 문을 열어주는지에 따라 계속 바뀌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우진이 봄이의 아버지라는 것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가까운 미래일 뿐이었다.
나는 사진과 편지를 가방 안쪽에 넣었다. 문을 열자 현관 앞에 앉아 있던 재하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 가?”
“호텔.”
“지금?”
“약속했잖아. 세 사람 전부 만나겠다고.”
우진도 803호 앞에서 일어났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을 텐데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거의 없었다. 다만 터진 입술 주변에 검붉은 멍이 번지고 있었다.
“혼자 갈 거예요.”
내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안 돼.”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둘이 이런 건 잘 맞네.”
재하와 우진이 서로를 바라봤다. 전혀 반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둘 다 따라오지 마. 따로 와.”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재하가 내 팔을 붙잡았다.
“서윤아.”
“놔.”
“이태경이 보낸 건 편지가 아니야.”
나는 그를 돌아봤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은 우리와 달라.”
“뭐가 다른데?”
재하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호텔에서 말할게.”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사라질 생각이면 오지 마.”
나는 그의 손을 떼어내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불과 하루 전 처음 만난 남자.
그런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미래의 사진 속에서 나와 결혼한 사람이었다.
사진 속 나는 우진을 보며 웃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를 조금도 믿을 수 없는데.
오전 10시.
어제 결혼식이 열렸던 호텔 카페에 세 남자가 차례로 나타났다.
이태경은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창가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촬영용 메모리카드가 놓여 있었다.
재하는 내 옆자리에 앉았고, 우진은 맞은편을 선택했다.
세 사람 모두 서로를 경계했다.
“먼저 영상을 보죠.”
태경이 노트북을 우리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는 샹들리에가 떨어지기 전의 예식장이 찍혀 있었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고정 장치를 건드렸다.
태경이 영상을 확대했다.
갈색 가죽시계 아래로 가느다란 흉터가 보였다.
“어젯밤 서윤 씨 집에 침입하려던 사람도 같은 시계를 차고 있었다고 했죠?”
우진이 물었다.
“경찰이 보관하고 있어요.”
“동일한 시계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재하가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계는 중요하지 않아.”
태경이 재하를 쳐다봤다.
“그걸 어떻게 확신합니까?”
“일부러 보이게 한 거니까.”
“누가요?”
“편지를 보내는 사람.”
재하의 입에서 편기 이야기가 나오자 태경의 표정이 달라졌다.
“당신도 받았습니까?”
재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테이블 위에 봄이의 편지를 올려놓았다.
“이제 숨기지 말고 전부 말해.”
세 남자의 시선이 편지로 모였다.
“편지를 받은 사람은 왼쪽 손목에 똑같은 흉터가 생기는 것 같아.”
나는 우진을 바라봤다.
“우진 씨는 한 달 전에 편지를 받은 뒤 생겼죠?”
우진이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편지를 받은 다음 날 발견했습니다.”
“그전에는 없었어요?”
“없었습니다.”
나는 재하를 향했다.
“너는?”
재하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결국 셔츠 소매를 걷어 손목을 내보였다.
“7년 전.”
“그때 편지를 받은 거야?”
“응.”
우리가 헤어진 해였다.
“왜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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