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세 사람 중 한 명
현관문 손잡이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철컥.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내가 걸어둔 보조 잠금장치가 짧은 금속음을 냈다.
문밖의 남자는 한 번 더 손잡이를 눌렀다.
철컥.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났다. 한 손에는 봄이의 편지를, 다른 손에는 절반 이상 지워진 사진을 들고 있었다.
휴대전화 화면의 시간은 오후 11시 1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엄마를 죽이는 사람은 지금 엄마 집 앞에 있어.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긴급 신고 버튼을 눌렀다. 상담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경찰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집 앞에…… 사람이 있어요.”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누군가 문을 열려고 해요.”
“주소를 말씀해 주세요.”
주소를 말하는 동안 현관문 밖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손잡이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벽에 설치된 현관 화면을 확인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왼쪽 손목에는 짙은 갈색 가죽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샹들리에를 떨어뜨린 사람과 같은 시계였다.
그때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화면이 지직거리며 일그러졌다.
곧이어 문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서윤 씨.”
차우진이었다.
“안에 있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절대 문 열지 마요.”
우진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복도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순간 현관 화면 뒤쪽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다.
문 앞에 서 있던 우진이 뒤를 돌아봤다.
화면이 완전히 꺼졌다.
밖에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쿵.
누군가 벽으로 밀려난 듯 둔탁한 충격음이 이어졌다. 짧은 신음과 거친 숨소리, 바닥을 긁는 구두 소리가 뒤섞였다.
“차우진 씨?”
나는 나도 모르게 문 가까이 다가갔다.
대답은 없었다.
“밖에 누구 있어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을 열어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팽팽하게 맞섰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6분이었다.
그 6분이 한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제 문 여셔도 됩니다.”
경찰의 말이 들린 뒤에야 나는 보조 잠금장치를 풀었다.
복도에는 경찰 두 명과 차우진이 있었다.
우진은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입술 한쪽이 터져 피가 묻어 있었고, 오른쪽 셔츠 소매가 길게 찢어져 있었다.
“괜찮아요?”
내가 다가가자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다친 데 없습니까?”
본인이 피를 흘리면서도 내 상태부터 확인했다.
“나는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그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경찰 한 명이 계단 쪽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침입자는 이미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인상착의 기억나세요?”
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남자였습니까?”
“체격으로 봐서는 남자 같았습니다.”
“아는 사람일 가능성은요?”
우진의 시선이 잠깐 내게 머물렀다.
“모르겠습니다.”
경찰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 하나를 투명 봉투에 넣었다.
끊어진 갈색 가죽시계 줄이었다.
나는 그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거 우진 씨 거예요?”
“아닙니다.”
“확실해요?”
우진이 자신의 양쪽 손목을 보여줬다.
“나는 시계를 차지 않습니다.”
“침입자가 흘린 물건일 수도 있겠네요.”
경찰이 말했다.
나는 우진의 손목을 자세히 바라봤다.
왼쪽 손목 안쪽에 가느다란 흉터가 있었다. 오래전에 생긴 것처럼 희미했지만 사진 속 웨딩드레스 차림의 나를 안고 있던 남자의 손목과 같은 위치였다.
“그 흉터는 뭐예요?”
내 질문에 우진이 손목을 내렸다.
“어릴 때 다쳤습니다.”
“어떻게요?”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우진이 처음으로 대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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