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바람 한 점 허락되지 않는 고요한 오후, 태양의 맹렬한 햇볕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사정없이 대지 위로 쏟아지고, 검은 아스팔트는 蜃氣樓(신기루) 같은 아지랑이를 자글자글 피워 올리며 제 몸속 깊은 곳에 가두어 두었던 지독한 열기를 조용히 게워낸다. 푸르러야 할 나뭇잎들은 생명의 기운과 힘을 잃어 아래로 슬프게 처지고, 기운차게 지저귀던 들새들마저 노랫소리를 뚝 멈춘 채 짙은 그늘 속에 숨죽여 몸을 가린다.
한낮의 세상이 이토록 사막처럼 조용하고 막막한 것은, 지상에 생명이 소멸했기 때문이 아니라 만물이 이 가혹한 더위 앞에 납작 엎드려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거대한 대자연의 독설과 더위 앞에서는 결국 자신의 오만을 내려놓고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서쪽 하늘 끝에서부터 먹구름(烏雲)이 음산하게 피어오른다. 처음에는 아주 작고 가볍게, 마치 누군가 참았던 깊은 한숨을 내쉬듯 뭉게뭉게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순식간에 제 몸집을 무섭게 불려 파란 하늘의 절반을 사정없이 집어삼켜 버린다.
뒤이어 사나운 선발대 바람이 대지를 향해 앞서 달려온다.
‘쏴아—’
소리와 함께 고개 숙이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일제히 거친 몸을 흔들며 거룩한 자연의 도래에 인사를 건넨다. 길가의 풀잎들도 자그락자그락 서로의 살을 문지르며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무언가 거대하고 묵직한 구원의 존재가 이 땅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의 가슴을 뚫고 첫 빗방울이 대지 위로 떨어진다.
툭. 툭툭. 투두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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