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바야흐로 만물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하(仲夏)의 한복판, 바깥세상은 온통 여름휴가를 떠나는 인파들의 활기찬 행렬로 요란스럽게 붐비기 시작한다. 전국의 주요 도로는 일상의 무거운 멍에를 벗어던지고 산과 바다로 향하는 피서객들의 차량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장사(長蛇)의 진을 이루고, 사람들은 저마다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으로, 혹은 이끼 낀 깊은 계곡으로 시원한 그늘을 찾아 분주하게 짐을 꾸린다.
지독한 더위를 피해 몸을 숨긴다 하여 피서(避暑)라 부르는 그 일제히 떠나는 걸음들을 묵묵히 배웅하노라면, 이 거대한 문명의 축제 속에서 나만 홀로 외따로 떨어져 남겨진 듯한 깊은 소외감과 고독이 밀물처럼 밀려들곤 한다. 잔인하게도 늘 이맘때가 되면, 내게는 일터에서의 노동이 곧 삶의 유일한 휴가이자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에 남들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유람의 길을 떠날 수가 없다.
떠나는 이들의 들뜬 뒷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히 작업장으로 돌아서는 길,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오래된 격언(格言) 하나가 묵직한 두루마리처럼 풀려나온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은 오직 더 큰 열로써 다스린다는 대자연의 엄숙한 처방전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현명했던 옛 선조들은 닥쳐온 더위를 비겁하게 회피하거나 그늘 밑으로 숨기보다, 오히려 더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을 복날의 식탁 위에 올리고 온몸으로 땀을 철철 흘려내며 정면으로 맞서 이겨내고자 하셨다. 그 지혜로운 역설의 가르침이,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남들이 떠난 텅 빈 일터를 홀로 지키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와 같은 처지의 사내들을 위로하기 위해 예비해 둔 숭고한 묵시록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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