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과 소나무 (鐵水與松樹)

소설

by산들강바람


第十四章:正線 (정선) — 단 일 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공장의 겨울은 타협이 없었고, 기계의 증설 속도는 인간의 이별보다 잔인하도록 빨랐다. 제1작업장 한복판에는 이미 컴퓨터 배전반을 붙인 대형 CNC 자동 절단기 두 대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커먼 페인트 냄새를 풍기는 기계의 베드는 마치 거대한 무덤처럼 정반(定盤)들의 영토를 잠식해 들어왔고, 인부들은 이제 자신들이 평생 닦아온 작업대 대신 기계의 모니터 주위를 서성거리며 디지털 수치를 입력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 차가운 기계 장치의 그림자 바로 옆에서, 오진성(吳眞聲)과 강민우는 삼십 밀리미터 두께의 고장력 원강(圓鋼) 철판을 마주하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허락된 공장 안의 정반은 이제 단 하나뿐이었으며, 오늘 자르는 물건은 이 공장에서 인간의 손으로 다듬어내는 마지막 선박용 내압 격벽(隔壁)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할 마지막 정선(正線)이다."


진성은 백색 분필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사방에서 기계의 유압 실린더가 움직이는 차가운 소음이 귀를 찔렀으나, 진성이 철판 위에 분필을 대고 선을 그어 내리는 순간만큼은 주변의 모든 잡음이 일시에 소멸하는 듯했다. 자(尺)를 대지 않았음에도, 철판의 붉은 녹 위로 그어진 백색 직선은 마치 대지의 수평선처럼 완벽하고 단호하게 뻗어 나갔다. 단 일 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삼십 년 숙련공의 자존심이 서린 마지막 정선(正線)이었다.


진성은 어제 민우의 품에 안겨주었던 낡은 황동빛 화구(火口)를 청년의 손에 다시 쥐여주었다.


"민우야, 오늘은 자네가 앞에서 불꽃을 인도하고, 내가 자네의 등 뒤를 받치겠네. 자네의 손끝에 각인된 내 삼십 년의 무게를 믿고, 오직 저 곧은 선의 심장만을 보며 나아가게."


민우는 깊은 숨을 아랫배로 밀어 넣으며 화구의 자루를 움켜쥐었다. 손목의 보라색 화상 흉터가 추위로 시렸지만, 황동 관을 타고 흐르는 아세틸렌의 가스 진동을 느끼는 순간, 청년의 내면에는 기묘한 고요함이 찾아왔다.


'팍――!'


라이터의 마찰음과 함께 피어오른 불꽃은 산소가 주입되자마자 서슬 퍼런 청백색(靑白色)의 예리한 칼날로 가다듬어졌다. 진성은 민우의 등 뒤로 바짝 다가서서, 청년의 두 어깨를 거대한 바위처럼 든든하게 짚어주었다. 노송의 뿌리 같은 장인의 무게감이 청년의 척추를 타고 내려가 대지 위에 단단히 꽂혔다.


철판의 머리에 청백색 불꽃의 정점이 닿자, 차갑던 냉철(冷鐵)이 순식간에 선홍빛으로 융해되며 비명을 질렀다. 민우는 주저 없이 산소 레버를 깊숙이 당겼다.


'콰아아아――'


정반 밑으로 찬란한 황금빛 불꽃비[火雨]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예리한 쇳가루들이 두 노동자의 고글과 가죽 앞치마 위로 가차 없이 부딪혔으나, 민우의 눈동자는 단 일 밀리미터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기계와의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 바로 옆 베드에서는 CNC 기계가 윙윙거리는 인공적인 소음을 내며 차가운 레이저로 철판을 두 동강 내고 있었지만, 민우는 기계의 속도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았다. 기계는 수치를 따라 움직이지만, 인간은 철의 숨결을 읽으며 걷는다. 철판이 얼어붙어 저항하는 구간에서는 가만히 걸음을 멈추어 철의 마음을 달래었고, 쇳물이 부드럽게 길을 열어주는 구간에서는 길게 숨을 내쉬며 화구의 걸음을 단정하게 재촉했다.


진성은 민우의 어깨 선이 들썩이는 리듬과 화구 끝에 맺힌 불꽃의 빛깔을 보며, 청년이 마침내 장인의 호흡[心音]을 완벽하게 체득했음을 직감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스승의 묵직한 신뢰 속에서, 민우는 분필 선의 단 일 밀리미터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채 은빛 격자무늬의 단면을 정직하게 새겨나갔다.


이 선이 끝나면 공장의 정문은 닫힐 것이고 화구는 차갑게 식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이 그어가는 직선이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가치이자 진실이었다. 자본이 장인의 숙련을 무용(無用)하다고 모욕할지라도, 인간의 정직한 노동이 남기는 궤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영혼의 흔적이었다.


마침내 철판의 마지막 한 치가 완벽하게 갈라지며 쿵 하는 육중한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민우는 가스 밸브를 차단했고, 공장을 밝히던 푸른 불꽃은 이내 고요하게 소멸했다.


잘려 나간 거대한 내압 격벽의 단면이 잔열을 품은 채 희끄무레한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진성은 가만히 다가와 그 단면을 맨손으로 어루만졌다. 기계가 잘라낸 매끄럽고 차가운 단면과 달리, 인간의 불꽃이 지나간 자리에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촘촘하고 정교한 은빛 단면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었다. 단 일 밀리미터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정선(正線)이었다.


진성은 마스크를 벗고 땀과 그을음으로 얼룩진 민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미소 지었다.


"완벽하구나, 민우야. 자네는 오늘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정직한 직선을 완성했네."


공장의 깨진 창문 틈새로 저무는 시린 겨울의 노을빛이 흘러들어와, 완벽하게 갈라진 철판의 단면과 서로를 마주 보는 두 노동자의 단단한 뒷모습을 황금빛으로 무겁고 장엄하게 감싸 안았다. 차가운 자본의 그림자 속에서도 기어이 한 장인의 정신을 완벽하게 피워낸 젊은 신공(新工)의 손끝에서, 삼십 년 세월의 직선은 그렇게 꺾이지 않는 고독한 긍지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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