鹽痕(염흔), 勞動(노동)의 軌跡(궤적)과 淨化(정화)

수필

by산들강바람

지상을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기세를 떨치는 한여름의 가혹한 뙤약볕 아래를 걷다 보면, 인간은 누구나 거대한 대자연의 위압감 앞에 한낱 무력한 미물(微物)로 전락하고 만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몸을 의탁할 단 한 점의 자비로운 그늘조차 허락되지 않는 황량한 길 위에서, 허공을 가득 채운 매미 소리는 흡사 거대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고막을 사정없이 짓누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대지가 뿜어내는 열기가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질 때,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근원적이고도 본질적인 질문만이 화두(話頭)처럼 떠올라 맴돈다.


‘과연 이 잔인한 한여름의 맹렬한 땀을 식혀주는 것은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이 묵직한 물음 하나를 가슴속에 심연의 돌처럼 품은 채, 나는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와 자갈길이 뒤섞인 가혹한 노정(路程)을 묵묵히 걸어 나간다. 대지는 쉼 없이 열기를 토해내고, 그 열기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육체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방어기제로서 온 가죽의 구멍을 열고 끊임없이 땀방울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피부 표면으로 솟구쳐 오른 서글픈 생명의 수분들은 맹렬한 기온에 의해 흐르고 마르기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마침내 오늘 하루 동안 내가 입고 버텨온 거친 옷감 위에 기묘하고 서글픈 새하얀 무늬의 자국을 선명하게 남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소금(鹽)이다. 육체의 가장 깊은 내밀한 곳에 숨어 있던 생명의 영양분이자 뜨거운 수분이 밖으로 밀려 나와,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시간처럼 결코 다시는 몸속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고독하고도 엄연한 흔적(痕迹)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침 일찍 일터로 향하거나 산행을 시작할 무렵,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처음 땀이 비 오듯 흐를 때만 해도 그것은 그저 육체가 세상의 온도에 반응하여 보내는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덥다'는 감각적 신호에 불과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육체를 소모하고 연장을 쥐며, 혹은 거친 비계를 오르내리며 흘리는 땀은 그저 성가신 방해물이자 씻어내야 할 노고의 찌꺼기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치열했던 노동과 인내의 시간이 겹겹이 쌓이고, 그 속에서 흘러내린 한수(汗水)가 대기의 뜨거운 호흡에 의해 마르고 다시 그 위로 새로운 땀이 얹혀 고착되기를 수십 번 거듭한 끝에, 마침내 등줄기와 옷깃을 따라 새하얀 소금의 결정(結晶)으로 단단하게 굳어질 즈음에는 글의 맥락이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한다.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무더위의 생리적 증거가 아니라, 모진 풍파와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하루를 당당하게 견뎌낸 위대한 시간의 숭고한 흔적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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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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