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처음 붓을 들고 하얀 화선지 위에 내 영혼의 첫 획을 그어 내리던 그 시절의 마음은, 마치 대지를 집어삼킬 듯 강렬하게 쏟아지던 초여름의 뙤약볕과도 같았다. 그때의 열정은 지독하리만큼 뜨겁고 선명했으며, 눈앞에 놓인 그 어떤 거친 삶의 장벽이라도 모두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맹렬히 타올랐다. 한 줄 한 줄 문장을 써 내려갈 때마다 심장은 갈비뼈를 터뜨릴 듯 요동쳤고, 정제되지 않은 서툰 문장 하나, 획 하나에도 날것 그대로의 설렘과 우직한 진심이 붉게 배어 있었다.
그 무렵 내 가슴속을 지배하던 열정은 마치 거친 바람 앞에 놓인 갓 피어난 생(生) 불씨와도 같아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작은 시련의 바람에도 크게 일렁이며 제 몸을 키웠고, 스스로의 육체와 영혼을 한 줌 재로 태워버리는 줄도 모른 채 그저 앞만 보고 무섭게 타올랐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나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이자, 내 존재의 증명이었기에 한 치의 타협도 없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듯, 지상의 계절은 언제까지나 찬란한 초여름의 하이라이트에만 머물러 주지 않는 법이다. 세상을 다 태울 것 같던 뜨겁던 볕도 흐르는 시간의 가차 없는 바퀴 아래 서서히 그 기세가 한풀 꺾이게 마련이고, 청량하던 골짜기의 무성하던 초록빛 이파리들도 어느새 짙어지다 못해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겁게 내려앉는다.
글을 대하고 문장을 길어 올리는 내 내면의 지형도 역시 그 세월의 순리를 피하지 못하고 서서히 변해갔다. 밤을 지새우며 고뇌하던 처음의 그 애틋한 조바심과 가슴 벅찬 설렘은 신기루처럼 희미하게 옅어졌고, 그 선명하던 열정의 자리에는 익숙함(熟悉)이라는 이름의 거대하고 둔탁한 그림자가 소리 없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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