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후불제 인생I
나는 한동안 남의 계산법을 기준으로 살았었다. 그때 최고로 여겼던 삶의 가치는 “노력하면 남는다”, “버티면 성공한다”는 말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내 삶을 장부처럼 계산하며 살게 만들었다. 인생은 계산이 딱딱 맞아떨어질 때, 성공이라는 견고한 성을 쌓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장부는 빽빽한데, 마음은 비어 있었다. 분명히 많은 것을 투입했는데, 삶은 늘 적자에 시달렸다. 내 시간과 감정, 그리고 몸을 담보로 살았던 시기였다. 쉬는 날에도 마음은 쉬지를 못했고, 멈추는 순간 뒤처질 것 같아서 자신을 몰아붙였다.
이것은 미래의 보상을 위한 선결제 투입 방식이었다. 곧 다가올 것만 같은 미래는 자꾸 연기되었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이번까지만이라는 기약 없는 주문이 반복되었고, 올무와 같은 삶의 기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남의 기준으로 보면 성실했지만, 나 자신을 위한 삶에서는 미납 상태였다. 삶 자체를 누리는 것보다, 나 자신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으며, 나를 비용처럼 다루고 있었다. 감정은 사치로, 휴식은 낭비로, 기쁨은 훗날로 미뤄두었다.
몸은 하나둘 이상징후를 보냈고, 마음은 이유 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남의 계산법으로 사는 방식은 아무리 성실해도 행복이 남지 않았다. 내가 부족한 것보다, 잘못된 계산대 위에 올라가 서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이후, 나를 깍아 가며 성과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만의 계산법을 작동시키고 있다.
나를 지키는 선택은 손해로 계산하지 않는다.
쉬는 시간은 공백이 아니라 투자로 기록한다.
기쁘지 않은 성취는 수익으로 잡지 않는다.
어쩌면 이 계산법은 세상 기준에선 가장 느리고 비효율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남는 것은 일일이 계산서가 적힌 장부가 아니라, 나 자신을 내 기준에 맞게 가꾸며 산 삶이다. 인생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계산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