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후불제 인생I
우리는 너무 일찍 가격을 배운다. 무엇이 얼마짜리인지, 손해인지 이득인지를 따져본다. 숫자로 세상을 읽는 법부터 익힌다. 꿈도 예외는 아니었다. 꿈을 앞에다 놓고 “그게 돈이 되니?”라는 질문은, 꿈꾸는 길목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마음의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는 게 먼저였다.
하지만 어릴 적 꿈은 가벼웠다.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충분했다. 잘할 수 있는지, 먹고 살 수는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조급함이라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살았다. 계산서가 붙었고, 조건이 달렸으며, 가격표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주변 사람들도 이렇게 말하곤 했다.
“현실적인 꿈을 키워라.”
그 말 속에는 차가운 전제가 깔려 있었다. 꿈도 값을 매길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 사줄 수 있어야 하며, 실패하면 바로 철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 꿈은 마음의 선택지가 아니라, 투자 상품처럼 변질되어 갔다. 내 꿈의 연봉은, 안정성은, 남들의 평가는, 이런 꿈들은 마음속의 희망이 아니라 엑셀 표 위에 기재된 숫자에 불과했다.
내가 처음 연구원에 취업했을 때였다. 남들이 보기엔 꽤 괜찮은 길이었지만, 내 삶은 점점 텅 비어갔다. 꿈을 이뤘다고 말하기엔 웃음이 없었고, 포기했다고 말하기엔 미련이 남았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생존경쟁을 위한 이기심으로 내면을 채워야만 했다. 꿈마저도 꾸기 힘든 곳이었다. 이렇게 꿈꾸기 힘든 것은 비현실적이라서가 아니라, 꿈에도 계속해서 가격을 매겼기 때문이다.
꿈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다. 붙이는 순간, 꿈은 거래가 되고, 거래가 되는 순간 너무 쉽게 포기한다. 꿈은 본래 수익률을 따지는 자산이 아니라, 삶의 폭풍을 견디게 하는 닻이어야 한다. 물론 현실 속에선 여전히 계산을 요구한다. 그러나 꿈까지 계산할 필요는 없다. 꿈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살아갈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