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납된 마음 속의 정산서

I후불제 인생I

by기안장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날 때면, 늘 계산서를 들여다보았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부족했을까를 고민해야만 했다. 관계가 서먹서먹해질 때마다, 늘 미납금 청구를 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랑이 모자란 탓이었을까, 아니면 이해가 부족한 탓이었을까. 결국 모든 화살은 내 탓이라는 과녁으로 돌아왔다.

나는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면, 미안함부터 찾아든다. 끝내 지켜주지 못했고, 충분히 잘해주지 못한 부족함의 거울만이 반짝거렸다. 내 곁을 떠난 사람 중에는 그리움이 물씬 묻어나는 사람, 아쉬움이 크게 묻어나는 사람, 그리고 미안함이 가득한 사람이 있었다. 이 중에도, 쉽게 잊지 못하는 사람은 그리움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낯선 감정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 내가 서 있었다. 감정도 배려도 이해도 오직 내 관점에서만 정산했다.

상대는 수동적인 채무자로 머물러야 했고, 나는 그 빈자리조차 채워주지 못했다. 관계라는 이름 아래, 내 삶을 선납하는 쪽이었다. 그때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쪽이 더 크다고 믿었다.

미련 없이 떠난 뒷모습을 바라보던 날, 내 마음은 바닥을 드러냈다. 여전히 발목을 잡는 미안함, 그것은 낯설게 덮쳐오는 서글픈 미련의 파도였다. 나는 계산적이었고 깊은 감정을 나누는 법을 잘 몰랐다. 좋은 관계는 주고받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바카라임지는 몫이었다. 떠난 사람들은 내 인생 장부에 기록된 ‘마음의 미납금’이었다. 그들이 값을 치르지 않은 게 아니었다. 둘이서 나누어 짊어져야 할 관계의 비용을 나 혼자 독점하듯 선납해버린, 나의 위선적인 오만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감정의 바카라임을 다하지 못했고, 관계의 무게를 나누지 못했으며, 끝내 내 몫을 다 하지 못했다.


나는 떠난 사람들을 달리 기억한다. 정산서를 홀로 움켜쥐고 서 있을 때면, 어김없이 미안함이 밀려들 때면, 이제는 떠난 사람들에게 말해줄 수 있다. 나의 미납금이었을 뿐이라고, 나와의 관계 속에서 당신은 그 빚까지 대신 짊어질 필요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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