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후불제 인생I
계산적인 사람, 마치 삶의 지혜처럼 여겼다. 나도 계산에 능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 손해 보는 일은 피하려고 했고, 가능성보다는 확률적인 계산을 중시했다. 서툰 감정은 위험 요소였고, 선택은 언제나 합리적이어야 했다. 그렇게 살면, 인생은 남는 게 있을 줄 알았다. 노력한 만큼 수익을 얻고, 참고 견딘 만큼 보상은 돌아올 것 같았다.
하지만 숫자로 계산한 인생이라도, 삶은 정확하지 않았다. 늘 맞다고 생각한 선택들은 조금씩 길을 벗어나고 있었다. 크게 틀린 적은 없었지만, 아주 사소한 계산 착오들은 반복되었다. 그 착오들이 모이고 모여, 내가 계산했던 인생과는 전혀 다른 곳에 서 있었다.
돌아보면 이유는 명확했다. 나는 당장의 손익만을 계산했을 뿐이지, 오랜 시간이 경과 된 이후의 내 삶은 계산에 없었다. 시간 속에 쌓아 두어야만 할 삶의 이자를 고려하지 못했다. 지금 합리적이란 명목하에, 내일의 나를 계산 속에 포함하지 않았다. 계산적인 선택은 여유라고 착각했고, 결정은 합리라는 행동의 이름을 붙여 두었던 것이다.
순간순간 선택을 위한 계산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의 방향과 조금씩 어긋나는 계산이 쌓이면, 결정적인 순간 공허함을 느껴야만 한다. 낱장의 계산서는 완벽했으나, 총계는 오답이었다. 산식(算式) 자체가 틀렸으니 정답이 나올 리 없었다. 나는 행복마저 손실(loss)로 처리했고, 삶의 ‘무형자산’이나 ‘영업권’ 같은 숨은 가치는 아예 계정과목에 넣지 못했다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더라도, 나를 살찌우는 선택인지를 물었어야 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쉽게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삶의 가치를 품고 있다. 오답을 인정하는 찰나, 비로소 인생의 궤도 수정은 시작된다. 지금도 나는 완벽하게 인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여전히 흔들리고, 가끔은 틀리게 선택한다.
그러나 이제는 빗나간 인생을 조금씩 조정할 수는 있다. 인생은 단판의 결산이 아니라, 끝없이 덧쓰는 수정본이다. 나는 오늘도 계산기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조용히 적는다. 내 인생, 아직 수정이 가능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