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그대로인데

중심이 바뀌면, 같은 하루가 달라진다

by쉼표JEONGSEON


무언가를 크게 결심한 밤이 있었다.


그 밤, 나는 오래 조용히 앉아 있었다. 뜨거웠던 마음이 가라앉고, 방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그런데 그 고요 속에서 이상한 질문이 올라왔다. 내일 아침, 나는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가. 다짐은 했다. 그런데 그다음은 무엇인가.


이튿날 눈을 뜨니, 내가 서 있는 현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마감은 그대로 있고, 통장은 여전히 계산을 요구하고, 사람은 여전히 예측되지 않는다. 무엇 하나 바뀐 게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환경은 그대로인데, 내 중심이 달라졌다.


나는 더 이상 결과에 매달려 하루를 시작하지 않는다. 나는 방향을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작은 차이가 하루 전체의 색을 바꿨다.


예전의 나는 잘되면 기뻐하고, 안 되면 흔들렸다. 지금의 나는 잘되어도 들뜨지 않고, 안 되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성공만을 기준으로 살지 않는다.


기준이 바뀐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 말에 바카라임지는 것, 사람을 도구로 쓰지 않는 것, 조급함을 내려놓는 것, 손해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런 작은 태도들이 하나씩 자리를 바꾸는 일이다. 방향은 그렇게,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사소한 태도로 삶에 내려온다.


얼마 전 공장에서 작은 결정을 앞에 두고 멈춘 적이 있다.


오래 함께 일한 사람이었다. 계산대로라면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효율로 보면 분명했고, 숫자로 보면 더 분명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멈췄다. 이 선택은 정말 옳은가, 아니면 그저 계산에 편한가.


그 질문 하나가 방향을 바꿨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내가 어디에 서서 그 결정을 내렸는지는 안다. 40년을 이 일 안에서 살아왔는데, 그날은 처음으로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 보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여전히 돈을 번다. 전략도 세우고 계산도 한다. 그러나 이제 그것들이 나를 지배하지는 않는다. 목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는 성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맡겨진 하루를 충실히 살기 위해 산다. 그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실은 크다.


중심이 바뀌면 현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 나는 여전히 일한다. 그러나 더 이상 쫓기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그러나 더 이상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그러나 예전처럼 무너지지는 않는다.


환경은 언제나 그대로일 것이다. 마감은 사라지지 않고, 계산은 끝나지 않고, 사람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내 중심이 서 있으면, 같은 환경도 다른 하루가 된다.


방향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환경 앞에 선 나를 바꾸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 바뀐 중심 위에서 하루를 연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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