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전략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by쉼표JEONGSEON


처음 펜을 든 이유는 단순했다. 글로 무언가를 얻고 싶었다.


전략을 세웠다. 어떤 글이 읽히는지 분석하고, 제목을 다듬고, 구조를 짰다. 조회수를 확인하고, 반응을 계산하고, 더 멀리 가는 법을 궁리했다. 나는 성실했고, 부지런했고, 꽤 그럴듯한 방법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계산은 늘어나는데, 정작 왜 쓰는지는 흐려졌다. 잘 쓰려고 애쓸수록 무엇을 위해 쓰는지가 멀어졌다. 기술은 쌓였지만 방향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멈춰 물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찾고 있는가.


그때 알았다. 내가 붙들고 있던 것은 방법이었지만, 정작 찾고 있던 것은 방향이었다는 것을. 나는 더 잘 쓰는 법을 궁리하면서, 사실은 왜 사는지를 묻고 있었다. 글은 핑계였고, 질문은 훨씬 깊은 곳에 있었다.


수익은 목표가 될 수 있어도 방향이 되지는 못한다. 인정은 연료가 될 수 있어도 나침반이 되지는 못한다. 전략으로 쓴 글은 반응이 없으면 흔들리고, 계산으로 세운 방향은 계산이 어긋나면 무너진다. 나는 그것을 여러 번 겪고 나서야 인정했다. 내가 쌓아온 방법들이 나를 앞으로 데려가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더 많이 읽히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보였다. 인정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문장이 정직해졌다. 빨리 가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오래갈 수 있는 방향이 생겼다.


이상한 일이었다. 내려놓을수록 글이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단단해졌다. 무언가를 얻으려고 쓸 때보다, 왜 쓰는지를 알고 쓸 때 글은 훨씬 멀리 갔다.


나는 이제 전략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인정받기 위해 쓰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만을 위해 쓰지 않는다.


나는 방향을 향해 글을 쓴다.


무엇을 얻을지가 아니라, 어디로 갈지를 먼저 묻는다. 반응이 없는 날에도 앉고, 칭찬이 없는 날에도 쓴다. 속도가 느려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가능해진 건 내가 강해져서가 아니라, 왜 글을 쓰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길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지 아는 사람은, 결과가 조용한 날에도 계속 쓴다. 그리고 그렇게 쓴 글이, 결국 오래 남는다.


나는 오늘도 그 질문 앞에 앉는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한,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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