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사람을 삼키게 하지 마라

by진경수

좋은 실적을 발표하던 날


좋은 실적이 나왔다. 목표했던 매출을 넘겼고 큰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리더는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런데 행사가 끝난 뒤 한 직원이 조용히 말한다.


“대표님, 올해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숫자 뒤에 가려져 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늦은 밤까지 켜져 있던 사무실 불빛. 주말에도 울리던 전화. 납기를 맞추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던 현장. 성과표에는 모두 담기지 않았던 시간들이다. 리더는 생각한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람은 무엇을 잃었을까.’


노자는 이렇게 물었다 『도덕경』 제44장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名與身孰親? (명여신숙친)

身與貨孰多? (신여화숙다)

명성과 자신의 몸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소중한가.

자신과 재물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그리고 묻는다.


得與亡孰病? (특여망숙병)?

얻는 것과 잃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큰 문제인가.


노자는 이어 강하게 경계한다.


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심애필대비, 다장심후망)

지나치게 집착하면 큰 대가를 치르고, 너무 많이 쌓으면 크게 잃게 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 장을 경영의 언어로 읽으면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성과와 사람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가. 성과는 필요하다 기업이 성과 없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매출이 있어야 급여를 지급하고, 이익이 있어야 연구개발을 하며, 투자가 있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과 자체를 나쁜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문제는 성과가 수단에서 주인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목표를 세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이 소모되기 시작한다. 목표가 사람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목표를 위해 존재하게 된다. 그때 성과는 사람을 삼키기 시작한다.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다 매출 10억 원에는 숫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계약을 따내기 위해 수십 번 고객을 찾아간 사람이 있고, 도면을 수정한 사람이 있으며, 공장에서 제작한 사람, 현장에서 설치한 사람, 문제가 생겼을 때 밤늦게까지 해결한 사람이 있다. 숫자는 결과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너무 잘 압축하기 때문에 그 안의 사람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리더는 숫자를 볼 때 그 뒤에 있는 사람까지 본다.


“얼마를 달성했는가?”와 함께 묻는다.

“어떤 방식으로 달성했는가?”



좋은 성과와 나쁜 성과


같은 매출 100억 원이라도 과정은 다를 수 있다. 한 조직은 품질을 지키고 직원들이 성장하면서 달성했다. 다른 조직은 무리한 납기와 과로, 고객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 달성했다. 재무제표의 한 줄에서는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에 남은 것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성과를 평가할 때 결과만 보아서는 부족하다. 결과와 함께 과정의 건강성을 보아야 한다. 좋은 성과란 숫자가 좋은 성과만이 아니라 다음 성과를 낼 사람과 조직의 힘까지 남겨놓은 성과다.



名, 이름이 커질수록 조심해야 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이름도 알려진다. 수상하고, 언론에 소개되고, 업계에서 인정받는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名에는 유혹이 있다. 실제보다 더 커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회사 규모를 과장하고, 성과를 포장하며, 실패는 감추고 성공만 보여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회사의 이름은 광고만으로 오래가지 않는다. 고객이 경험한 품질, 직원이 경험한 조직문화, 협력사가 경험한 신뢰가 쌓여 이름이 된다.


名을 좇기보다 名을 만들어내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 더 오래가는 길이다.



리더 자신도 성과에 삼켜질 수 있다


성과에 소모되는 것은 직원만이 아니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커질수록 더 많은 바카라임을 짊어진다. 휴일에도 회사 생각을 하고,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어느 순간 회사의 성과와 자신의 존재를 구별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회사가 잘되어야 내가 가치 있다.’


그러나 제44장의 질문은 리더 자신에게도 돌아온다.


名與身孰親. (명여신숙친)

이름과 나 자신 가운데 무엇이 더 가까운가.


사업은 삶의 중요한 일부다. 그러나 삶 전체는 아니다.



23 - 숫자 너머, 사람을 듣는 리더.png




리더에게 묻는다


우리 조직은 무엇을 달성했는지만 보는가, 어떻게 달성했는지도 보는가?

성과를 위해 당연하게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없는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좋은 성과는 사람을 다 써버리고 남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남겨 다음 길까지 걸을 수 있게 하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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