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조직은 스스로 절제한다

by진경수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를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무엇일까. 강한 엔진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엔진을 가졌어도 브레이크가 없다면 멀리 갈 수 없다.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멈출 수도 있어야 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시작할 능력, 투자할 능력, 사람을 늘릴 능력, 시장을 확대할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오래가는 조직에는 또 하나의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기회가 있어도 거절하고, 돈을 벌 수 있어도 하지 않으며, 더 커질 수 있어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知足, 충분함을 아는 것


제44장에서 노자는 말한다.


知足不辱 (지족불욕)

족함을 알면 욕됨을 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다.


知止不殆, 可以長久. (지지불태, 가이장구)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知足과 知止는 서로 연결된다. 충분함을 알아야 멈출 수 있다. 얼마가 충분한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멈출 지점도 없다.


기업도 같다. 매출의 끝이 없고, 시장점유율의 끝이 없으며, 사업확장의 끝이 없다면 조직은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리더는 성장목표와 함께 멈춤의 기준도 세워야 한다. 절제는 약한 조직의 선택이 아니다 절제라고 하면 흔히 능력이 부족해서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절제는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이다. 투자할 돈이 있지만 기다린다. 시장기회가 있지만 우리 사업과 맞지 않아 들어가지 않는다.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품질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 속도를 낮춘다. 이런 결정은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묻는다.


“왜 좋은 기회를 놓칩니까?”


그때 리더에게 필요한 것이 기준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분명한 조직만이 좋은 기회에도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다.



욕심보다 무서운 것은 비교다


조직의 욕망은 내부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경쟁회사가 공장을 늘린다. 우리도 늘리고 싶어진다. 경쟁사가 해외에 진출한다. 우리도 가야 할 것 같다. 다른 회사의 매출이 우리보다 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 순간 경영의 기준이 우리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넘어간다.


사람이 남의 속도로 살다가 자기 삶을 잃듯 조직도 경쟁사의 속도로 달리다가 자기 길을 잃을 수 있다. 경쟁사는 참고해야 한다. 그러나 경쟁사가 우리 회사의 목적을 대신 정해서는 안 된다.



오래가는 회사는 체력을 남긴다


좋은 시절에는 누구나 낙관적이 된다. 주문이 늘고 시장이 커지면 투자를 확대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계절은 바뀐다. 경기가 나빠지고, 시장이 변하며,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찾아온다. 그때 살아남는 조직은 좋을 때 모든 힘을 써버린 조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사람도, 자금도, 신뢰도, 조직의 집중력도 어느 정도 남겨두어야 한다. 여유는 낭비가 아니라 위기를 견디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멈추는 기준을 미리 정하라


사업이 잘될 때는 멈추기 어렵다. 이미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 사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정해야 한다. 어떤 조건이면 더 투자할 것인가. 어떤 상황이면 중단할 것인가. 어디까지 손실을 감수할 것인가. 무엇만큼은 절대 희생하지 않을 것인가. 멈춤의 기준을 미리 세워두면 감정과 자존심이 판단을 지배하는 것을 조금 줄일 수 있다.


知止는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생기는 용기가 아니라 평소 세워둔 기준에서 시작된다. 산에서는 돌아설 시간을 정해야 한다 산행에서도 정상만 바라보다 보면 위험해진다.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날씨가 나빠진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 말이 사람을 계속 걷게 한다. 그러나 경험 많은 산행자는 안다. 정상까지의 거리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정상이 눈앞에 있어도 돌아설 때가 있다. 정상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다음 산을 오를 사람을 지킨 것이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업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회사의 실패는 아니다. 때로는 회사를 오래 남기기 위해 사업 하나를 내려놓는 것이 더 중요한 판단이다.



오래간다는 것의 의미


장수기업이라는 말에는 단순히 오래 존재했다는 뜻 이상이 담겨 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절제도 필요하다. 변화와 절제. 도전과 멈춤. 확장과 덜어냄. 겉으로는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오래가는 조직에는 둘 다 필요하다.


액셀러레이터만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 브레이크만으로도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좋은 리더는 둘을 함께 사용할 줄 안다.



24 - 정상을 앞두고 돌아서는 지혜.png



내가 리더라면


다음 사업계획서에는 목표만 쓰지 말고 멈춤의 기준도 적어보자.


“이 사업을 어디까지 키울 것인가?”


와 함께,


“어떤 상황이 되면 우리는 멈출 것인가?”


그리고 회사 전체에도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가 성장하더라도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입니까?”


그 답이 조직의 절제 기준이 될 수 있다.



리더에게 묻는다


나는 기회를 잡는 능력만큼 거절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는가?

경쟁사의 성장을 보면서 우리 조직의 속도를 잃고 있지는 않은가?



한 문장으로 남기는 노자 리더십


오래가는 조직은 끝없이 달리는 조직이 아니라, 언제 더 가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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