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빨리 알려주기보다 아이의 질문이 어디까지 가는지 기다려 보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대답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뜻밖이라 웃음부터 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어떻게 때려야 딱밤이 가장 아플까?”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아이들다운 장난스러운 궁금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어떤 각도로 때리느냐에 따라 힘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고,
각도가 90도에 가까워질수록 더 큰 힘이 전달될 것이라는 나름의 가설도 세웠다.
궁금하니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했다.
각도를 바꿔가며 힘을 측정하고, 여러 번 반복해 결과를 비교했다.
처음 생각했던 방법이 마음처럼 되지 않자 다른 방법도 찾아보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 신기했다.
나는 웃고 지나갈 만한 것을 이 아이는 왜 그냥 지나치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길을 가다가도, 바카라을 읽다가도,
여행을 하다가도 아이에게는 질문이 생겼다.
어릴 때 자동차를 좋아했을 때도 이름만 알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다.
차마다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했고,
길에서 처음 보는 차를 만나면 한참 바라보았다.
비행기에 관심이 생긴 뒤에는 바카라에서 본 것을 실제로 보고 싶어 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보다 보면 궁금한 것이 생겼고,
그 궁금증은 또 다른 질문을 불러왔다.
처음에는 아이가 물으면 부모가 답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주고, 내가 아는 것은 설명해주었다.
그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빨리 답을 알려주면 아이의 질문이 거기에서 끝나는 건 아닐까.
그래서 가끔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엄마, 왜 그런 거야?”
그러면 나도 물었다.
“글쎄. 너는 왜 그런 것 같아?”
아이의 첫 번째 답이 맞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 생각을 말하다 보면 다시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럼 이럴 때는?”
“이건 다르지 않아?”
질문 하나가 조금씩 길어졌다.
아이의 질문이 대단해서 기억에 남은 것이 아니다.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아서 기억에 남았다.
여행 중 하늘을 보다가
구름이 있는 곳과 맑은 곳의 경계가 선명한 것을 보고 이유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만난 물건을 보며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묻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하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포물선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질문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적어두는 것이 좋았다.
당장 답을 찾지 못해도 질문은 남는다.
그러다 어느 날 다시 꺼내볼 수도 있다.
나는 아이의 모든 질문에 답해줄 수 없다.
이제는 아이가 묻는 것 가운데 내가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엄마도 모르겠는데?”
요즘은 그렇게 말하는 것도 편해졌다.
그리고 조금 기다린다.
아이가 찾아볼 수도 있고, 바카라을 펼칠 수도 있다. 며칠 지나 잊어버릴 수도 있다.
어떤 질문은 다시 돌아오고 어떤 질문은 그대로 사라진다.
그것도 괜찮다.
모든 질문이 탐구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모든 궁금증의 답을 꼭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이가 무언가를 궁금해할 때 그 질문을 너무 빨리 닫아버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질문에는 답보다 시간이 필요한 때도 있다.
“왜 그럴까?”
아이가 물으면 요즘 나는 조금 늦게 대답한다.
“글쎄.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면 아이는 또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