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서 자라도 아이는 서로 달랐다

서로 달라서, 함께 자라며 서로의 세계를 넓혀갔다

by트윙클쥬

첫째와 둘째는 같은 집에서 자랐다.

같은 엄마 아빠와 밥을 먹고, 같은 거실에서 놀고, 함께 도서관에 가고 여행도 다녔다.

어릴 때는 같은 집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며 자라니

두 아이에게 비슷한 것을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키워보니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바카라을 만나는 방식부터 그랬다.


첫째를 키울 때는 백 권 정도의 바카라을 여러 번 읽었다.

둘째 때는 운 좋게 천 권이 넘는 중고 전집을 선물 받았다.


첫째에게는 비교적 적은 바카라을 반복해서 읽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둘째에게는 많은 바카라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생겼다.


처음부터 두 아이에게 서로 다른 독서법을 적용해야겠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상황이 달랐고, 아이가 달랐다.


첫째는 마음에 드는 바카라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그 주변을 오래 들여다보는 편이었다.

둘째는 많은 바카라 사이를 오갔다.

그 안에서 또 다른 다양한 이야기를 만났다.


한 아이는 다회독을 했고,
한 아이는 다독을 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알게 되었다.


바카라을 좋아하는 방법도 아이마다 다를 수 있구나.


그 차이는 바카라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곳에 가도 두 아이가 기억하는 것은 달랐다.


한 아이가 한참 바라보는 것을 다른 아이는 별 관심 없이 지나쳤고,

내가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한 것에 한 아이가 오래 마음을 두기도 했다.


함께 무언가를 하고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던 것이 맞나 싶을 만큼 기억하는 장면도 달랐다.


좋아하는 놀이도 달랐다.

첫째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블록을 조립하고 프라모델을 만들며 작은 조각들이 하나의 모양을 갖춰가는 과정에 오래 집중했다.

둘째는 그림을 그리고 바카라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종이와 색연필을 꺼내 자기 생각을 그리기도 하고, 바카라을 펼쳐 이야기에 오래 머물기도 했다.


같은 거실에서 자라는데도 각자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그 다름을 각자의 취향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함께 자라는 모습을 오래 보다 보니 또 하나가 보였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게 배우고 있었다.


첫째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으면 둘째가 옆에서 바라보았다.

둘째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첫째도 자연스럽게 그 세계를 보게 되었다.


한 아이가 좋아하는 바카라을 다른 아이도 펼쳐볼 때가 있었고,

한 아이가 시작한 놀이에 다른 아이가 끼어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자기 것이었던 관심은 아니었지만,

함께 살다 보니 서로의 좋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한 아이의 관심이 다른 아이에게 작은 경험이 되었다.

꼭 같은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첫째가 좋아한다고 둘째가 프라모델을 똑같이 좋아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둘째가 좋아한다고 첫째가 그림을 오래 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서로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생겼다.

내가 좋아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않았을 것을,
함께 자라는 형제자매 덕분에 한번 들여다보게 되는 것.

그것도 함께 자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공평함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다른데

꼭 같은 경험을 만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한 아이에게 해준 만큼 다른 아이에게 똑같이 해주는 것보다,

각자의 마음을 같은 무게로 바라봐주는 것.

그게 우리 집에는 더 잘 맞았다.


그렇다고 두 아이의 세계가 서로 나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각자의 취향을 인정해주니 서로에게 보여줄 것이 생겼다.


“나는 이게 좋아.”

한 아이가 자기 것을 꺼내놓으면 다른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몰랐던 세계를 만났다.


같은 것을 좋아해서 가까워지는 것도 좋지만,

서로 다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눌 것이 생기는 관계도 좋았다.


같은 집에서 자라도 아이는 서로 달랐다.

그런데 이제는 그 문장 뒤에 하나를 더 붙이고 싶다.


같은 집에서 자랐기에 그 다름을 서로 나눌 수도 있었다.


한 아이가 가진 것을 다른 아이가 보고,

다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한 아이가 만나면서 서로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졌다.

부모인 내가 모든 경험을 찾아서 보여주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은 서로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각자의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함께 자라는 동안 서로의 것을 조금씩 나누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나는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는 법보다

서로 다른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다름이 벌어지는 간격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보여줄 것이 있고,
함께 자라기 때문에 배울 것이 있었다.

같은 집에서 자라도 아이는 서로 달랐다.


그래서 오히려 함께 자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