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어른이 되다.

bygrassrain


“엄마는 한 살 늦게 대학에 간 거야? 왜?”

“한 번 실패해서 그다음 해에 입학했지.”


어쩌면 내가 세상에 존재했을 때부터 시작되었을 내 부모의 첫 번째 꿈, ‘좋은 대학에 다니는 첫째 만들기’는 대실패였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말하는 건 부끄럽지 않다. 애초에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불분명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고도 예상된 실패였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일 년 더 교육비를 지원받은 건 부끄러운 사실이 맞다. 온전한 내 잘못으로, 대학 입학을 위해 시간과 값을 더 치러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으니 말이다. 한 번 더 대학 입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부모님께는 마땅히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그땐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지 참으로 철부지였다. 그것 말고도 그 시기의 내가 알아채지 못한 실패가 하나 더 있었다. 몇 년 뒤, 두 살 어린 여동생과 함께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알게 되었다. 나의 재수 생활과 동시에 아빠의 최종 꿈인 ‘결혼 잘 시키기’에도 차질이 생긴 것이다. 여성의 주요 결혼 요건인 '나이'가 많아진 변수이다. 지금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던 아빠의 옛날 생각, 심지어 지금까지도 변치 않은 아빠의 지금 생각.


수능 전 날 밤까지도 내가 왜, 도대체, 무엇을 위해 대학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잠들었다. 왜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꼭 찾고 싶어 했을까? 대학을 졸업할 때쯤에 비슷한 경험을 하며 한참을 되짚어 본 적이 있었다. 분명 대학은 핑곗거리였다. 내가 살아가도 되는지 아무에게도 허락받지 못했다는 것, 덜 만들어진 모질이로 태어났다는 자괴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사실 수능 두세 달 전까지도 어떻게 사라져야 할지에 대해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찾아보고 고민하며 머무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 어려운 결정을 미뤄도 되는 이유가 떠올랐다. 심지어 쉽고 간단한 이유이다. "어른"이라는 벼슬이 곧 나에게도 내려오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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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게 치유 당하고 있어요. 제 글이 읽히는 건 부끄럽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작은 토닥임으로 느껴지면 좋겠어요. (글쓰기로 생긴 수입은 길 위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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