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ssrain 작가_ 온라인카지노 스토리 일주년 _ 2/2
그럼, 이제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겪은 사실을 20대 때부터 알았다.’라는 내용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십여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건데요. 어떠한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겪었다고 생각하셨어요?
어린 시절부터 자존감이 아주 많이 낮았던 아이였어요. 별거 아닌 일로 속상해하고 예민하게 구는 것들이 자존감이 낮아서 할 수 있는 생각과 사건들이었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였고, 겁도 눈물도 많은 아이였어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유난히 없는 편이라 20대 때는 기억해 내려고 별스럽게 노력했어요. 어린이 시절엔 되고 싶은 것들 없이, 숨고 싶고 사라지고 싶어 했었던 기억만 있어요. 자존감이 낮다고 우울증에 걸린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한 가지 이유가 되는 건 확실해요.
얼마 전에 아주 푹 빠져 본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극악의 스트레스받으면 코피를 엄청 흘리거든요. 진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ai에게 물어보니 가능하다는데.. 의학적으로 정말 그럴 수 있는지 다음 주에 정신과 선생님에게 물어봐야겠네요. 저도 초등학교 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코피가 많이 났어요. 정말 자주, 시도 때도 없었어요. 없는 살림에 한약도 먹었죠. 엄마 표현에 따르면 코피가 한 번 나기 시작하면 세숫대야에 받아내도 넘칠 만큼 많이 흘렸대요. 초등학생 시절, 2교시쯤부터 흘린 코피가 점심시간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어요. 그래서 코를 틀어막고 도시락을 답답하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고통이 없으니 아픈 건 아니잖아요? 그 시절엔 열이 펄펄 나도 등교해서 앉아 있었잖아요. 코피 흘리는 거 말고 다른 증상은 없었어요. 하교 때까지 코피는 계속 흘렀고, 하얀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앉아있어야 했고, 하굣길이 부끄러웠던 기억도 나요.
초등 고학년쯤부터는 코피 나는 횟수는 줄고 아까 말씀드린 통증이 생겼어요. 어린 시절부터 왜소하지도 않았고, 허우대가 너무 멀쩡해서 꾀병 같았을 거예요. 숨 쉴 때마다 아픈 거랑 복통이 정말 심했어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배 아파”라고 말하는 게 버릇이었던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스트레스성으로 장염, 위염을 분기별로 번갈아가며 진단받고 살았어요. 이렇게 이유 없이 복통이 심하고, 심한 자바카라과 낮은 자존감 등이 소아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들이더라고요.
게다가 몇 달에 한 번씩 이유 없이 울었어요. 한 번 울기 시작면 멈출 수 없었고, 몇 시간씩 울었어요. 대학에 가서는 행복한 나날을 보냈거든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자주 울었지만 학교학원도 가기 싫었고, 시험도 자주 치르죠. 성적 때문에 속상해서 우는 줄 알았어요. 한데 대학교에 가서는 너무 즐겁고 재미만 있었거든요. 정말 마음껏 살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 두 번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우는 게 너무 이상하잖아요. 이쯤부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지만 병원에 갈 정도는 절대 아니라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유별나게 없는 것도 궁금했고, 애도 아닌데, 왜 자꾸 몇 시간씩 이유 없이 울어대는지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전공과는 상관없는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도서관에서 찾아보게 됐어요. 그렇게 어렴풋이 알았어요. 제가 자라온 환경과 상황을 더듬어 냈고, 소아우울증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달았어요. 성인이 된 이제부터는 자존감을 높이고, 저의 마음과 정신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작정했지요. 자존감에 대한 관심과 높은 이해도는 몇 년 후, 저의 육아 철학을 세우는데 큰 영향을 끼쳤어요. 그러고 보니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참 꾸준하게 노력해 왔네요. 운동도 하고 건강한 것도 잘 먹으면 점점 좋아질 거라 확신했어요. 실제로 좋아지기도 했어요.
우울증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면서 오래도록 겪어왔는데, 정신건강의학과에는 2023년에 처음 간 건가요? 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요?
네, 23년 여름쯤 정말 오랜만에, 아주 많이 당황할만한 공황발작 증상을 아이들 앞에서 겪었어요. 아이들에게 무기력한 엄마의 모습을 다시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 일을 계기로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계속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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