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위로

글채집 7월 _ 소재_ 영화

bygrassrain

영화 상영 전에 하는 광고도 챙겨 보고 싶어 헐레벌떡 들어왔다. 이틀 전에 직접 예약한 맨 뒤에서 두 번째 줄 가운데 자리로 바로 향해 앉는다. 평일 아침에. 굳이. 이 영화를 보러 올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는데, 벌써 열댓 명의 사람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보려는 영화는 오래된 디즈니 이야기를 실사화한 뮤지컬 영화이다. 나만 매번 느끼는 걸까, 어느 극장이든 상영관 내의 공기는 메마르고 써늘하다. 우리가 아는 자연의 빛이라곤 들어와 본 적 없었을 이 공간에, 밤새 가득 차 있었을 시꺼먼 존재들이 아직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해 서성이기 때문일까. 출근 시간대에 남달리 허둥지둥. 해 보이는 내가 궁금해 쫓아 들어온 꽃샘추위 때문일까. 으슬으슬하다.

어린아이 둘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기어코 챙겨 온 텀블러를 꺼낸다. 텀블러 속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기운 위로 코 끝을 집어넣는다. 커피의 고소한 향을 들이마신다. “흐음. 킁카킁카.” 기분 좋은 따뜻함에 꽁해있던 콧속도 스르륵 부드러워진다.

따뜻한 한 모금에도 으스스함은 쉽게 덮이지 않는다. 공간에 비해 사람수가 적어서일까 조용하다 못해 엄숙함 마저 느껴진다. 상영 시작까지는 더 기다려야 하지만 드높은 상영관 속 시꺼먼 공기의 무게에 몸이 휘는 듯하다. 매가리 없이 오그라들며 푹신한 깔때기 같은 의자 속으로 점차 빠져 들어갈 것 같다.

공복인 나를 단단히 채워 줄 검은콩을 꺼낸다. 일부러 덜 부스럭거리는 봉지에 담아왔다. 타인에게 피해 끼칠까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영화에만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계획하고 만들어낸 나 자신이 참으로 기특하다. 고소한 향기에 뒤덮여 볶은 콩을 야무지게 오도독 거리며 광고를 바라본다. 즐거움도 잠시, 싸 온 간식을 나눌 사람이 없다. 누군가에게 간식을 내밀지도 않았는데 거절당한 것 마냥 민망하고 어색하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에서 첫 혼영(혼자 영화 보기의 신조어)중이다.

신남이 목구멍을 타고 넘쳐 나와 분출할 것 같다.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꼬여져 올라가며 환호성이 터질 것 같다. 내지를 순 없으니, 순간을 기록할 셀카라도 찍을 생각으로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는다. 아니다. 이 순간은 오래오래 기억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나 자신을 위해 챙겨 온 볶은 검은콩과 따뜻한 커피, 그리고 첫 혼영의 순간. 이 순간에만 우러 나올 수 있는 기분을 가만히 더듬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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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게 치유 당하고 있어요. 제 글이 읽히는 건 부끄럽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작은 토닥임으로 느껴지면 좋겠어요. (글쓰기로 생긴 수입은 길 위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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