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편, 네편

여동생과 나

bygrassrain

“언니! 난 정말 왜 이럴까. 하아... ”

온라인 게임 생활 17년차 여동생은 샷 추가한 커피 주문 후, 나에게 전활 걸었다. 평일 오후의 가운데, 동생은 새 커피와 새로운 공기를 들이키며 나와 짧은 통화를 하곤 한다.

두 살 터울의 우리 두 자매는 전혀 닮지 않았다. 나는 아빠의 여자 판, 동생은 엄마의 젊은 판이라 그럴 것이다. 닮은 구석이라고 찾아낸 게 고작 포화 지방을 가장 사랑하는 혓바닥, 그리고 얼마 전 알게 된 녹내장을 지닌 눈알. 딱 두 군데다. 나머지 싸그리 다, 심지어 콧구멍 모양 마저 닮지 않았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덩치값 못하는 언니를 잘 챙겨주는 똑순이었다. 유치원의 연말 재롱 잔치에서 슬롯를 전담했던 어린이였다면 설명이 될까? 어른이 된 지금도 꼼꼼한 일처리는 물론, 배려심 깊고 추진력도 강하다. 하여간 빠지는 거 하나 없이 매사 똑 부러진다. 물을 잔뜩 머금은 강력분 반죽 같은 나와 달리, 동생이 가진 기둥은 매우 정확하고 명료하다. 타고나길 완벽히 다르니, 전혀 다른 선택들로 만들어 낸 지금의 모습도 판이하다. 바카라임감 있게 아이 둘을 독립시키는 것과 익숙하고 편한 일상 외에 관심이 없는 나. 슬롯적 인정 욕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열정 또한 넘치는 동생. 각자의 삶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닮은 부분은 역시나 없다.

사십 년 넘는 인생에서 학생 말고는 주부로 거의 살아왔으니, 이십여 년 가까이 성실하게 출근하고 어느 누구보다 허술하게 퇴근하는 온라인 게임인 동생이 정말 존경스럽다. 월급을 주는 회사가 주인이고 자신은 노비라며 뼈마저 성심성의껏 예쁘게 갈아 자신의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말한다. ‘회사에 충성을 다한다’는 표현이 동생에겐 한참 못 미쳐 동생이 아까울 정도다.


“언니, 나는 온라인 게임에서 감정이 요동치는 순간을 참을 수가 없어!!”

회사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온라인 게임이란 곳은 시련과 고난이 시도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곳. 그런 곳에서 동생이 답답함에 전화로 들려주는 요점은 자신의 감정 표현에 대한 후회막심이다. 핸드폰 너머로 침이 튀어나올 듯한 강도의 짜증이 전해지기도 하고, 핸드폰 화면이 뚫릴 만한 커다란 화가 카톡으로 전달되는 날도 있다. 감정을 더 꾹꾹 누르지 못해서 누군가가 눈치챈 거 아닌가 뒤늦게 노심초사할 때도 있다. 난 온라인 게임 상사라는 존재나 온라인 게임인의 삶을 드라마로만 접해왔기에 온전히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자주하는 말로 ‘이까짓 하찮은 상황(사람) 때문에 감정소모하는 게 더 짜증 나.’라는 말은 알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고...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동생은 또 잘 극복해 낼 일들이니, 여유를 갖고 띄엄띄엄 듣는다. 내가 동생의 감정이나 상황엔 흐리 멍텅하지만, 확실한 건 난 무조건 동생의 편이고 동생의 시점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과연 속성으로 위로가 되었을까? 나와의 통화 덕분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동생은 다시 화를 꽁꽁 잘 숨기고 회사 속으로 급히 들어간다. 내 입장에선 속상함과 안타까움을 나누어 받으려다 실패하는 마무리다. 이처럼 평일 회사에 있는 동생에게서 걸려오는 짧은 통화의 마지막에는 내가 잊지 않고 꼭 끼얹어주는 말이 있다.

“동생아, 알지?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

희한한 건 통화 후에 나는 뿌듯해진다. 동생의 투덜거림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이 부분이 좋다. 찐하게 행복하다. 흐릿했던 동생의 이면도 뚜렷해진다. 슬롯의 가운데를 파고 들어가 돈을 버는 일이 동생의 삶에서 가장 큰 이유이며, 열심히 안 살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 똑같은 일은 또 일어날 테고, 그때마다 또 들어주고, 있는 힘껏 또 응원하고 위로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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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게 치유 당하고 있어요. 제 글이 읽히는 건 부끄럽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작은 토닥임으로 느껴지면 좋겠어요. (글쓰기로 생긴 수입은 길 위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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