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둥그런 소원

글채집 6월 _ 기억에 남는 사람 (소름 끼친 사람)

bygrassrain


그는 항상 나에게 두 손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손바닥과 손등을 천천히 뒤집어 가며… 손에 얼룩이 있는지, 없는지 나에게 검사받듯이. 나보다 훨씬 길고 쭉 뻗은 손가락. 보드랍고 곱다. 손등 위에 두드러진 혈관과 툭 튀어나온 큰 뼈가 남자 손이라는 걸 알려준다. 손을 뻗으면 만져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테두리에는 보이지 않는 결계가 펼쳐져 있다. 나 따위가 감히 넘을 수 없다.

나의 두 손은 서로를 붙든다. 왼손이 오른손을, 오른손이 왼손을. 서로를 붙들어 감시한다. 절대 만지면 안 되는 고대 미술작품을 대하듯 눈으로 그의 손을 어루만진다. 생생하고 분명하게, 맨 눈으로 녹화한다. 그의 두 손을 애무한다.

꿈속에서도 난 그를 끊임없이 담아내고 싶어 일방적으로 쫓는다.


그는 늘 사선 아래를 보며 새까맣고 덥수룩한 앞머리로 눈을 가린다. 확신하건대, 머리칼들 사이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것이다. 굳이 기타를 보며 연주하지 않아도 될 실력자지만, 딱 그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서 있을 때가 제일 멋진 건 본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질리지도 않는다.

아주 가끔은 그의 앞머리를 살며시 걷어보고 싶다. 그러면 그의 두 눈동자가 나를 향하겠지? 그의 눈길과 내 눈길이 만나면... 상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멈춘다. 감은 눈을 더 질끈 감으며 크게 외친다.

“아앗! 취소! 취소! 취~ 소!”

마주치면 안 되는 걸 몰래 엿보다가 들킨 것 같다. 상상도 하면 안 될 것 같다. 잘못한 것 같다.


그를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친구들과 함께 할 거다. 내 이름이 적힌 싸인도, 어떠한 말도 섞을 필요 없다. 그에겐 내가 보이지 않도록 친구들의 뒤의 뒤에 숨어 끊임없이 훔쳐보고 싶다. 꿈속에서 처럼 두 손을 샅샅이 보고 싶다. 욕심을 더 내도 된다면, 가까이에서 기타 치는 손을 보고, 기타 소리를 듣고 싶다.

피를 내뿜는 근육 뭉치를 내 몸뚱이는 잡아둘 수 없다. 금세 놓치고 튕겨져 나뒹군다. 묵직한 뭉터기는 갓 잡힌 활어처럼 튀어 오른다. 내 목숨은 둥글게 휘어가며 펄떡인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grassrain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글쓰기에게 치유 당하고 있어요. 제 글이 읽히는 건 부끄럽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작은 토닥임으로 느껴지면 좋겠어요. (글쓰기로 생긴 수입은 길 위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합니다.)

8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