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토요일 오후, 강현은 꽃집 계산대 앞을 세 번째 지나갔다.
밖에는 형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타다가 꽃집까지 끌고 온 참이었다. 열쇠는 강현의 주머니에 있었다. 형은 운동장에서만 타라고 했지만 오락실은 골목 두 개만 지나면 나왔다.
처음에는 연필을 찾는다고 했다. 두 번째에는 지우개였다. 어머니가 둘 다 네 바카라가방에 있지 않느냐고 하자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산대 옆 화분의 끝이 약간 누렇게 된 잎을 하나 떼었다.
“그건 아직 안 말랐어.”
어머니가 말했다. 강현은 잎을 화분 뒤에 놓았다.
계산대 서랍에는 작은 플라스틱 돈통이 있었다. 지폐는 칸마다 접혀 있었고, 동전은 한쪽에 모여 있었다. 손님이 거스름돈을 받아 갈 때마다 강현은 그 안을 들여다봤다.
오백 원짜리 하나가 백 원짜리들 위에 얹혀 있었다.
오락실에서 하고 싶은 게임은 한 판에 백 원이었다. 어제 친구가 보여 준 스테이지까지 자기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에 뛰어넘는 곳에서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됐다.
다섯 판이면 한 번은 충분히 될 것이었다. 오늘 엔딩을 볼 생각에 강현의 통통한 볼이 들썩였다.
“엄마, 나 잠깐 나갔다 와도 돼?”
“어디.”
“그냥 밖에.”
“어디 가는지는 말하고 가야지.”
강현은 유리문 밖을 봤다. 마침 꽃바구니를 찾으러 온 손님이 문을 열었다. 손님은 입구의 화분과 꽃통 사이에 서서 주문한 이름을 말했다. 어머니가 주문서를 확인하고 안쪽 작업대로 돌아섰다.
강현은 길을 비켜 주는 척 계산대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서랍을 조금만 열었다. 동전이 부딪치자 손을 멈췄다. 어머니는 꽃바구니 손잡이에 묶인 리본을 고치고 있었다.
강현은 오백 원짜리를 집었다.
서랍을 닫는 소리가 여는 소리보다 컸다. 손님이 돌아봤다. 강현은 계산대에 놓인 연필을 집어 들었다가, 자기 연필이 아닌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고는 도로 제자리에 놓았다.
“나 놀다 올게.”
“강현아, 어디—”
문에 달린 종이 어머니의 말을 가렸다.
강현은 꽃집 앞의 자전거를 끌고 모퉁이를 돌았다. 거기서야 주먹을 폈다. 손바닥 한가운데 동그란 자국이 남아 있었다. 동전의 학을 엄지로 문질렀다. 나중에 돈이 생기면 다시 넣어 놓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어디서 오백 원을 구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페달을 밟았다. 낮춘 안장에서도 발끝을 조금 힘줘서 뻗어야 했다. 오락실 앞에 세워 바퀴에 자물쇠를 걸었다. 검은 안장 아래 빨간 반사 스티커를 한 번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형은 촌스럽다고 했지만 강현의 눈에는 너무나 멋지게만 보였다.
오락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강현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쥐고 문으로 다가갔다.
누가 옆에서 어깨에 팔을 걸었다.
“야, 오랜만이다.”
앞머리 일부를 노랗게 물들인 형이었다. 강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팔 아래에서 고개를 빼려 하자 어깨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친한 척해, 씨발아.”
형은 웃는 얼굴 그대로 작게 말했다.
“아는 형 만난 것처럼. 알았지?”
강현은 문 안을 봤다. 계산대의 아저씨가 신문을 넘기고 있었다. 형이 어깨를 당겼다. 강현의 발이 문턱에 걸렸다가 넘어갔다.
“왜 이렇게 뜸했냐. 형 섭섭하게.”
이번에는 목소리가 컸다. 입구에서 게임을 하던 아이 하나가 돌아봤다가 다시 화면을 봤다. 강현은 그 아이와 눈을 맞추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안쪽에서는 총 쏘는 소리와 경주가 끝났다는 음악이 겹쳐 울렸다. 하고 싶었던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형은 그 앞을 지나 더 안으로 데리고 갔다.
벽 쪽 기계 앞에 키 큰 형이 앉아 있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무릎이 의자 양옆으로 벌어져 있었다. 노란 머리가 강현을 그 앞에 세웠다. 어깨에 걸었던 팔은 내려갔지만 등 뒤를 막고 섰다.
“인사 안 하냐?”
강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키 큰 형은 대답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있는 거 꺼내.”
강현은 주먹을 바지 옆에 붙였다.
“돈 없는데요.”
“손에 쥔 건 뭔데.”
강현이 손을 등 뒤로 옮기려 하자 노란 머리가 팔꿈치를 잡았다. 키 큰 형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강현은 고개를 들어야 얼굴이 보였다.
“이거 보여?”
형이 짧은 앞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 올렸다. 이마 위쪽에 비스듬한 상처 자국이 있었다. 강현이 눈을 내리자 턱을 까딱했다.
“보라고.”
강현은 다시 그 자국을 봤다.
“내가 빵에 갔을 때 생긴 상처거든.”
형은 강현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거기 왜 갔는지 알아?”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보내 줄지 알 수 없었다.
“그럼 말로 할 때 꺼내.”
“이거 엄마 돈…….”
키 큰 형이 한쪽 발을 들었다. 강현은 무엇을 하는지 몰라 그 발을 봤다. 형이 슬리퍼를 벗어 손에 쥐더니 강현의 뺨을 후려쳤다.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귀 가까이에서 납작한 소리가 났다. 강현은 뒤늦게 눈을 감았다. 뺨이 뜨거웠다. 입을 벌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엄마 돈이면 안 내놔도 돼?”
그 형은 슬리퍼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발을 끼웠다. 뒤쪽에서 누가 웃었다. 자기들을 보고 웃은 것인지 게임을 하다 웃은 것인지 강현은 알 수 없었다.
주머니에서 라이터가 나왔다.
찰칵.
강현의 눈이 그 손으로 갔다. 키 큰 녀석은 불꽃을 잠깐 켰다가 껐다. 손을 다시 움직일 때 강현의 어깨가 먼저 움츠러들었다. 키 큰 녀석이 다시 라이터를 켜서 강현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앞머리에서 살짝 탄내가 올라왔다.
“울지 마, 씨발아. 사람 보잖아.”
노란 머리가 등 뒤에서 말했다.
“형이 좋게 말할 때 줘.”
강현은 주먹을 폈다. 땀에 젖은 오백 원짜리가 손바닥에 붙어 있었다. 키 큰 형이 집어 갔다.
“더 없어?”
“없어요.”
말끝이 떨렸다. 형이 손바닥을 다시 내밀자 강현은 바지 주머니를 잡아 뒤집었다. 다른 주머니에서 열쇠가 딸려 나왔다.
“자전거 열쇠 아냐?”
노란 머리가 먼저 손을 뻗었다.
“앞에 있는 자전거 네 거냐?”
강현은 열쇠를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팔을 붙였다.
“형 거예요.”
“형이 누군데.”
강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형의 이름을 말하면 형까지 찾아갈 것 같았다.
“잠깐 타고 줄게.”
“안 되는데…….”
강현의 얼굴 앞에서 라이터가 한 번 더 찰칵거렸다. 키 큰 형이 손을 들자 강현은 고개부터 숙였다. 그 사이 노란 머리가 열쇠 고리를 손가락에 걸었다. 강현의 손이 풀렸다.
“빌려준 거다. 알았지?”
강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구한테 말하면 뒈질 줄 알아.”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빨리 끄덕여서 다시 한 번 끄덕였다.
노란 머리가 길을 비켜 주었다. 강현이 지나가려는데 어깨를 툭 쳤다.
“다음에 보면 인사하고.”
계산대 앞까지 가는 동안 강현은 뛰지 않았다. 아저씨는 신문을 접고 있었고, 입구의 아이는 아직 같은 기계 앞에 앉아 있었다. 문을 밀 때에야 손이 떨리는 것을 봤다.
모퉁이를 돌아 벽에 등을 붙였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뺨에 손을 대자 열기가 느껴졌다.
오락실 문이 다시 열렸다. 자전거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강현은 벽에 더 붙었다. 노란 머리가 안장에 올라타고 키 큰 형이 짐받이에 앉았다. 두 사람이 탄 자전거가 골목을 지나갔다.
낮은 안장 때문에 노란 머리의 무릎이 높이 솟았다.
강현은 따라가지 못했다. 형이 시험지를 붙잡고 있던 밤과, 처음 자전거를 사 온 날이 한꺼번에 생각났다.
꽃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뺨이 더 부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볼 안쪽이 당겼다. 어머니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하려는데 자꾸 라이터 소리가 먼저 났다.
*
정현은 꽃집 앞에서 강현과 마주쳤다.
강현은 문을 열지 않고 서 있었다. 정현이 어디 갔다 오느냐고 묻자 그냥이라고 했다. 정현이 옆으로 비키라고 해도 비키지 않았다.
“엄마 있어?”
“안에 있겠지.”
정현이 문을 잡자 강현이 소매를 당겼다.
“형.”
정현은 손을 놓았다. 강현이 오락실 쪽 골목을 봤다.
“돈 뺏겼어.”
“누구한테.”
“모르는 형들.”
정현은 동생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강현이 얼굴을 피했다. 한쪽 뺨이 붉었다. 정현이 손을 대려 하자 동생이 움찔했다.
“맞았어?”
강현이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슬리퍼.”
정현의 손이 멎었다.
“벗어서…… 여기.”
강현은 뺨을 가리키다가 손을 내렸다.
“이 새끼들이… 몇 명인데.”
“두 명.”
“어느 오락실.”
강현은 손을 들다가 형의 얼굴을 봤다.
“자전거도.”
“뭐?”
“형 자전거도 가져갔어.”
정현은 가게 앞을 봤다. 늘 세워 두던 곳이 비어 있었다.
“너 운동장에서만 타라고 했…”
정현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커졌다. 강현이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정현은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동생이 막으려는 것이 자기 목소리인지, 손인지 알 수 없었다.
“손 내려 봐.”
강현은 내리지 않았다. 정현은 동생의 팔을 잡았다가 놓았다.
“어디로 갔는데.”
강현이 가리키자 정현은 바카라가방을 가게 안쪽에 내려놓았다. 어머니가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정현은 금방 온다고 했다. 강현이 뒤따라오자 안에 있으라고 손으로 막았다.
“걔네 얼굴만 설명해 봐.”
“한 명은 머리 여기만 노래.”
강현이 앞머리를 잡았다.
“다른 한 명은?”
“키가 커. 머리 짧고. 이마에 상처 있어.”
강현은 제 이마 위쪽을 짚었다. 형보다 훨씬 컸다고 덧붙였다.
“라이터도 있었어.”
정현은 동생의 손을 내렸다.
“안에 들어가 있어.”
정현은 오락실 안쪽까지 훑었다. 노란 앞머리도, 이마에 상처가 있다는 키 큰 놈도 없었다.
“여기서 제 동생 때리고 자전거까지 뺏어 갔대요.”
계산대의 아저씨가 그제야 일어났다. 어느 자리였느냐고 물었지만 정현도 들은 것밖에는 몰랐다. 아저씨는 다음에 보면 알려 달라고 했다.
골목 양쪽을 다시 살폈다.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다.
꽃집으로 돌아왔을 때 강현은 가게 안쪽의 낮은 탁자 앞에 서 있었다. 어머니는 찬물에 적신 수건을 동생의 뺨에 대고 있었다. 강현이 아프다고 하자 누르던 손을 조금 뗐다.
탁자에는 산수 공바카라이 펼쳐져 있었다. 강현은 한 손으로 공바카라 귀퉁이만 만지작거렸다.
“없어.”
정현이 말했다.
“어디까지 갔다 왔어?”
어머니가 물었다. 정현은 오락실 주변만 돌아보고 왔다고 했다.
“그 애들이 있었으면 어쩌려고.”
“자전거 내놓으라고 해야지. 돈도.”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얼굴을 올려다보자 시선을 피했다.
강현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진짜 없어?”
“없다니까.”
정현의 목소리가 커졌다. 강현이 고개를 숙였다. 정현은 가방을 들다가 내려놓았다.
“나중에 보면 알려 줘.”
어머니가 말을 받았다.
“엄마한테 알려 줘. 너희 둘이 찾아다니지 말고.”
*
어머니는 강현에게 입을 벌려 보라고 했다. 볼 안쪽에 피가 조금 배어 있었다. 젖은 수건이 닿자 강현이 목을 움츠렸다.
“다른 데는 안 맞았어?”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수건을 강현의 손에 쥐여 주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료를 받고 오겠다고 했다. 가방을 챙기는 어머니에게 강현이 물었다.
“오락실에도 말해?”
“아빠가 알아볼 거야.”
“누구한테 말하면 안 된댔어. 가만 안 둔다고.”
어머니가 가방끈을 잡은 채 멈췄다.
“걱정하지 마. 엄마 아빠가 같이 알아볼게. 너 혼자 그 애들 만나게 안 할 거야.”
강현은 계산대 쪽을 봤다. 어머니는 앞치마를 벗다가 동생의 눈을 따라갔다.
“근데 뺏긴 오백 원은 어디서 났어?”
강현은 산수 공바카라 귀퉁이를 접었다.
“저기서.”
어머니는 계산대 서랍을 열어 보고 눈을 찡그렸다. 그러나 잠시 뒤 서랍을 닫고 돌아왔다.
“그 얘기는 집에 가서 하자. 지금은 입부터 보고.”
정현이 동생의 가방을 들었다. 강현은 형의 손등에 남은 딱지를 보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형한테도 먼저 말했어야 되는데.”
정현은 대답을 고르다가 가방끈을 고쳐 잡았다.
“아까 너한테 소리 질러서 미안해.”
강현은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가 문을 잠그는 동안 정현의 소매를 놓지 않았다.
*
집에 온 뒤 강현은 저녁밥을 반도 먹지 못했다. 어머니는 딱딱한 반찬을 치우고 국에 밥을 말아 주었다. 숟가락이 볼 안쪽에 닿으면 손이 멈췄다.
아버지는 오락실에 다녀왔다. 주인은 두 아이의 이름을 모른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고 파출소에도 강현이가 자전거를 빼앗기고 폭행당했던 사실을 신고했다.
강현은 아버지와 단둘이 있을 때, 길에서 그 형들을 다시 만날까 봐 무섭다고 했다. 다음 주에는 어머니가 등하굣길에 함께 다니기로 했다.
강현이 숟가락을 내려놓자 어머니가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백 원은 왜 훔쳐… 아니, 가져갔어?”
“나중에 넣어 놓으려고 했어.”
“게임하고 나면 무슨 돈으로?”
강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골목에서도 그다음은 생각하지 않았다.
“돈이 필요하면 엄마한테 말을 해야지. 안 된다고 할까 봐 몰래 가져가는 건 훔치는 거야.”
강현은 두 손을 무릎 사이에 넣었다.
“죄송해요.”
“자전거도 운동장에서만 타기로 했잖아.”
강현이 울음을 삼켰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래. 다신 그러면 안 되지. 돈을 가져가고 약속을 어긴 건 네가 잘못한 거야.”
어머니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렇다고 널 때리고 빼앗아도 되는 건 아니야. 그건 그 애들 잘못이고.”
어머니는 강현의 뺨에 손을 대려다 아직도 많이 아프냐고 물었다.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돈통 손 안 댈게요.”
“다음에 용돈 필요하면 엄마한테 꼭 말해.”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백 원과 자전거만 찾으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제 어머니도 형도 알았다.
형이 자기 방으로 가자 강현은 그릇을 하나씩 싱크대에 옮겼다.
어머니가 마지막 컵을 받았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복도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났다. 강현은 눈을 떴다. 아버지가 욕실에 가는 소리였다. 소리가 멎은 뒤에도 이불을 턱까지 당기고 있었다.
정현이 방문을 열었다.
“안 자?”
강현은 서랍을 봤다. 열쇠를 넣어 두던 맨 위 칸이었다.
“형, 자전거 못 찾으면 어떡해.”
정현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생에게 갚으라고 말하고 싶었다가, 어디서 갚을 수 있을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아빠가 알아본댔잖아.”
“형도 나랑 같이 가면 안 돼?”
“어디를.”
“월요일에 학교.”
정현은 자기 등교 시간을 생각했다. 동생보다 먼저 나가야 했다.
“엄마가 같이 간다잖아. 형은 너보다 먼저 가야 해서…”
강현은 알았다고 했다. 정현이 문을 닫으려 하자 다시 불렀다.
“형, 미안해.”
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다가가 강현의 머리를 가만히 쓸어 주었다.
“이제 자.”
방문을 닫고도 문고리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어떤 녀석들인지,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잃어버린 자전거보다 동생이 맞고 들어온 게 더 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