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땐 가을소풍을 청계산으로 갔었다. 그런때가 있었다…
나는 한번 꿈을 꾸면 무척이나 구체적으로 꾸는 편인데 소위 deja-vu라는 것도 자주 느낀다.
데자부는 때론 짧은 텀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아주 오래전에 꾼 꿈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굉장히 신기한 꿈이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소리는 그대로 들렸는데,
특정인물의 목소리만 안들렸다. 말그대로 mute처리된 상태였다.
나처럼 청각에 연연하는 사람이
목소리만 안들린다는 것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내 무의식이 구획화 하듯이 차단한것일까?
중학교때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랑 짝꿍하는동안 걔가 걸렸던 감기가 나한테 옮아서 몇일 동안 아팠다.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감기약을 챙겨올만큼 착한 친구였는데 공부도 잘했고, 잘생기고, 키도 컸다.
학교에서 청계산에 올라갔었는데, 그때 내 가방도 들어주고 물도 챙겨줬던 좋은 친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사귀었어도 모 이상할것이 없었는데..
둘다 바보같아서 그냥 지극히 정말 좋은 친구기만 했던것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참 잘하기도 했지만 아주 열심히 하기도 했었다.
고등학교는 서로 다른 학교로 갔는데
입학하고 한참 있다가 내가 탄 만원버스에 그 친구가 앞쪽으로 탔다.
난 거의 맨 뒤에 앉아있었고 둘다 학원을 가는 중이었다.
걔가 타는걸 난 봤고, 걔도 날 봤는데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뭔가 쑥쓰러워서 그냥 눈길을 돌려버렸다.
그렇게 난 내 정류장에 내렸고 걔는 그 버스를 더 타고 갔다.
그러고보니 그땐 핸드폰도 없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눈길을 마주치고 인사도 하고
그냥 편하게 안부를 물었어야 했는데.. 뭔가 너무 어색했다.
당연히 다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한참 더 지나서 그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을 같은 고등학교 다니는 중학교 동창 친구한테 들었다.
그렇게 코피를 흘리더니… 기어이…
나는 믿을수가 없었다.
같이 병문안을 가자고 했는데,
난 걔가 아픈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아니 보고싶지가 않았다.
난 그 이후로 청계산을 단 한번도 간적이 없다.
아주 가끔 그 친구가 생각나면 그냥 얘기한다.
“그때 미안했어.. 그냥 너무 부끄러워서 눈마주치는게 쑥쓰러웠어..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한 사라진게 아니라는데..
넌 나한테 그냥 오랫동안 소원하게 연락안하고 있는 친구같아.
만약 그때 너를 진지하게 만나봤다면
내가 사랑을 이렇게 등한시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것 같기도해…
보고싶다. 친구야.”
영혼까지 사랑할 사람을 만나면 그때 결혼하라고
그게 아니면 굳이 결혼까진 하지말고 혼자 살면서 연애만 하라고
그런 냉소적인 말들을 들으면 공감을 못했다.
자기들은 결혼을 몇번씩이나 하면서.. 왜 하지말라고하지?
근데.. 보니까 피상적인 결혼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것 같다.
아무리 봐도 비위가 약한 나는 도저히 그걸 못할것 같았나보지?
맞는것같기도하다.
첫사랑이 뭘까?
그 친구랑 나는 엄연하게 사귄 사이도 아니었고, 이렇다할 데이트를 해본것도 아니고, 당연히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연애를 해본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나한테 엄청 소중한 사람이었고, 나름 애틋하게 마음을 표현했었다. 내가 잘 모르는 수학문제를 가르쳐주고, 영어 단어를 같이 외우고…
내가 좋아한걸 얘한테 말한적도 없고, 걔도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한적 없고.. 그냥 친하게 지낸 친구에 불과하긴한데..
이 친구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엄청 큰 충격이 왔다.
나는 그래서 이 친구랑 이름이 같은 가수 노래를 잘 듣지 않는다. 너무 우울해져서…
아무튼 그럼에도불구하고 난 이 친구의 목소리, 글씨체, 표정, 행동, 나름의 에피소드들을 다 기억한다.
그런데 목소리만 전혀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살면서 제일 많이 들은 목소리였을 수도 있는데..
그 목소리가 전혀 생각이 안난다.
심지어 꿈에서도 mute처리되어있었다.
그게 너무 신기하다.
이제 정말 다음 챕터가 시작되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