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조명을 켜는 순간, 주백색의 서늘한 빛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벽면에 걸린 거울 위로 내 얼굴을 단면처럼 잘라낸다.
화장대 앞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쳐 지나치듯 보았던 표정과 달리, 늦은 밤 세면대 앞에 홀로 서서 마주하는 거울 속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낯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양 볼 끝, 광대뼈 주변에 굳어진 미세한 경련의 흔적이다. 낮 동안 수많은 타인을 대하며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대화의 정적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끌어올렸던 입꼬리의 근육들이 여전히 힘을 풀지 못한 채 어색하게 경직되어 있다.
손을 뻗어 찬물을 틀고 세수를 한다. 손바닥으로 피부를 마찰할 때마다 낮 동안 겹겹이 쌓인 예의 바른 표정의 앙금들이 차가운 물길을 따라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거울을 들여다본다.
물기가 마른 피부 위로 피곤에 지친 어두운 기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곳에는 오늘 하루 내가 만났던 무수한 이들에게 보여주었던 음전하고, 싹싹하며, 늘 긍정적이던 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영혼의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한 명의 고단한 이방인이 서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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