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화 잘하는 법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드는 습관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김도경입니다. 좋은 저녁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구조화에 대해서 글을 써보았는데요, 재밌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 AI가 많이 쓰이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인 것 같고요. 이런 시대에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을 더 잘하고 싶고, 항상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을 추구하곤 합니다. 여러 능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에도 여러 키워드가 있겠죠. 저는 그중에서도 구조화라는 단어가 단연코 먼저 생각납니다. 수많은 바카라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50권은 넘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두 단어가 있는데, 문해력과 구조화였습니다. HR 리더분들도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죠. 그런데 구조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참 거창하게 들렸습니다. 뭔가 대단한 설계 능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회의가 끝나면 두 페이지를 적고도, 자리에 돌아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2024년에 이 주제로 처음 글을 쓰고 2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구조화'라는 같은 단어를 두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는데, 그 사이에 알게 된 것을 정리해 봤습니다. 물론 제가 정답은 아닙니다. 느낀 점을 공유드립니다.


1. 구조화는 종이 한 장에 목차를 적는 일


첫 번째로 알게 된 건 구조화는 설계가 아니라 종이 한 장에 목차를 적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일을 시작하고 한동안 저는 늘 막막했습니다. 쏟아지는 일과 얽힌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길을 잃었고, 열심히만 해서는 풀리지 않는 지점이 보일 때마다 일 잘하는 분들을 조용히 관찰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 줄 알았습니다. 같은 회의에 들어갔는데 그분의 노트에는 늘 세 줄이 남아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가 무엇을 하는지, 언제까지인지. 저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받아 적느라 두 페이지를 썼고, 정작 제 할 일은 거기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을 받으면 일단 멈춰서 종이 한 장에 목차부터 적습니다. 지금 이 일의 핵심은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어떤 순서로 가야 하는가. 2024년 글에는 이걸 네 단계로 적었습니다. 핵심 하나를 정하고, 관련된 것을 나열하고, 우선순위를 매기고, 순서대로 묶는다. 지금 읽으니 좀 딱딱하긴 한데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해 보니 막연한 덩어리를 쪼개서 이름을 붙이는 순간, 비로소 제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가 보였습니다. 그 뒤로 구조화 앞에서 주눅이 들지는 않습니다. 목차 세 줄은 누구나 적을 수 있으니까요.


2. 구조화는 나보다 상대를 위한 것


두 번째는 구조화는 나를 위한 것보다 상대를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전에 제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쏟아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다 연결돼 있으니 상대도 당연히 따라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듣는 분의 표정을 보면 중간쯤에서 길을 잃고 계셨습니다. 그때 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구조화하지 않은 말을 던지는 건 상대에게 짐을 던지는 거구나, 하고요. 정리하는 수고를 제가 안 하면 듣는 사람이 대신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미팅에 갈 때 수첩과 펜을 꼭 챙깁니다. 말로만 설명하면 상대가 중간에 놓치는데, 수첩을 펴서 네모 세 개와 화살표 두 개를 그리면 같은 설명인데도 "아, 그러니까 이게 이렇게 되는 거네요" 하고 먼저 말씀하십니다. 제 머릿속 구조가 종이 위에 보이는 순간, 상대도 같은 그림을 보게 됩니다. 글로 길게 적어 두면 저조차 다시 읽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네모와 화살표로 그립니다. 돌아보면 말이 길어지는 날은 늘 제가 구조화를 안 하고 간 날이었습니다.


3. AI 시대에 더 필요해진 구조화


세 번째는 AI 시대에 구조화가 오히려 더 필요해졌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글도, 정리도, 표도 AI가 대신 만들어 줍니다. 그러면 구조화는 덜 필요해졌을까. 올해 제 지식 정리를 통째로 AI에게 맡겨 본 적이 있습니다. 분류하고 요약하고 연결하는 일은 정말 빨랐습니다. 그런데 6일 만에 제가 만든 구조를 다 갈아엎었습니다. 무엇을 어디에 두고 어떤 순서로 볼지는 AI가 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 몫이었습니다.


해 보니 구조화가 안 된 요청을 AI에게 던지면 구조화가 안 된 답이 돌아왔습니다. 사람에게 그렇게 하면 상대가 괴로운데, AI에게 그렇게 하면 제가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AI에게 시키기 전에도 종이 한 장을 먼저 씁니다. 핵심이 뭔지, 뭘 받고 싶은지, 어떤 순서로 볼 건지. 이걸 적고 시키면 결과물을 고치는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구조는 한 번에 안 나옵니다. 6일 만에 갈아엎은 것도 그 구조가 틀렸다는 걸 알았으니까 가능했던 거고, 틀렸다는 걸 알려면 먼저 그려 놓은 구조가 있어야 했습니다.


제가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점이 있다고 한다면, 구조화는 타고나는 설계 능력이 아니라 종이 한 장에 목차 세 줄을 먼저 적는 습관이라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글을 잘 쓰려고, 다음에는 생각을 정리하려고, 지금은 사람과 AI에게 일을 맡기려고 구조화를 합니다. 쓰는 곳은 바뀌었는데 하는 일은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1) 일을 받으면 종이 한 장에 목차부터 적기 2) 설명할 때는 네모와 화살표로 그리기 3) AI에게 시키기 전에도 먼저 구조 적기, 이 세 가지를 지켜 보려고 합니다. 혹시 일하면서 "이 사람 설명은 참 잘 들어온다" 싶었던 분이 있으시다면, 그분이 어떻게 말을 시작하는지 댓글로 알려 주세요. (정말 궁금합니다)


예전에 제가 구조화에 관련해서 쓴 글들의 목록과 링크입니다. 2024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같은 단어를 두고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순서대로 두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 : 이해 (2024.11)


일을 잘한다는 것 : 구조화 (2024.12)


문해력 (2026.1)


생각들 - 마인드맵과 타임라인 (2026.1)


생각정리 (2026.1)


생각들 - 글과 말 (2026.3)


생각들 - 일한다는 것, 구조화 (2026.4)


나는 지식 정리를 포기했다 (2026.8)


나는 6일 만에 내가 만든 구조를 다 갈아엎었다 (2026.8)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겪은 일로 적는 연재, "진짜 일을 잘한다는 것" 2권이 월·수·금 아침 8시에 이어집니다. 온라인카지노북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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