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다는 것> 구조화
일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늘 막막함 속에 살았습니다. 쏟아지는 업무와 복잡한 이해관계들 사이에서 저는 자주 길을 잃곤 했습니다. 열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지점들이 보일 때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조용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보이긴 했습니다. 나름 깨달았습니다. 그들에겐 공통적으로 복잡함을 단순하게 만드는 ‘구조화 능력’이 있다는 것을요.
구조화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참 거창하게 들렸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설계 역량이 필요할 것만 같아 주눅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운 구조화는 생각보다 소박했습니다. 바로 ‘종이 한 장에 목차를 적어보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나 상담을 마주할 때, 저는 일단 멈춰 서서 목차부터 잡아보려 노력합니다.
‘지금 이 상황의 핵심은 무엇인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우리는 어떤 순서로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가?’
'대분류는 무엇이며, 소분류는 무엇이 있는가?'
이처럼 막연한 덩어리를 쪼개고 이름을 붙여 ‘목차’를 세우는 순간, 비로소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처럼 부족함이 많은 사람에게 구조화는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나침반과도 같았습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구조화는 제게 두 가지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첫째는 상대에 대한 배려입니다. 내 생각을 구조화하지 않은 채 쏟아내는 것은 상대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먼저 생각을 목차화하여 정리했을 때, 상대방도 비로소 제 이야기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본질에 집중하는 힘입니다. 목차를 짜다 보면 지금 당장 중요하지 않은 곁가지들이 보입니다. 그것들을 하나씩 쳐내며 가장 핵심이 되는 줄기만 남기는 과정, 그 과정이 저에게는 일의 본질을 찾아가는 수행과도 같았습니다.
아직 잘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저는 일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고, 매일 구조화의 벽 앞에서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혼돈 속에 나만의 질서를 부여하는 이 작은 노력이, 결국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든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혹시 지금 업무의 무게에 눌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아주 작은 목차 하나부터 적어보시면 어떨까요?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만의 목차를 세우는 그 사소한 시작이, 우리를 일의 주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저 또한 오늘도 그 작은 목차를 적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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