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의견에 울컥하지 않는 법

속으로 제 이름을 불러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by김도경 dkkim

저는 제가 반대 의견을 잘 받아낸다고 착각했는데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회의실에서 여러 번 부딪히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예전의 저처럼 반대 의견을 들으면 얼굴부터 뜨거워지는 분이 있을까 싶어 그동안의 기록을 꺼내어 공유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대가 나오면 바로 받아치지 말고, 잠깐 멈춰서 한 번 더 묻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되게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1.

제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참 의견을 많이 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지난 회의들을 돌이켜보면, 회의실에서 제일 많이 제안하는 사람이 항상 저였습니다. 새로 해 보자는 것도, 바꿔 보자는 것도 대부분 제 입에서 나와요. 그러니 반대도 제일 많이 듣습니다. 제안한 사람이 반대에 밀려 물러서면 그 안은 거기서 끝나요. 그래서 반대를 잘 받는 것도 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는 거예요.


누가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요?" 하면 예전의 저는 얼굴부터 뜨거워졌습니다. 목소리가 커지고, 설명이 길어졌어요. 속으로는 '이걸 왜 모르지' 싶었고요. 그렇게 길게 설명한 날은 대부분 잘 안 풀렸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상대는 제 설명보다 제 표정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날 상대가 기억한 건 '저 사람 좀 예민하네' 하는 인상이었을 겁니다. 참 부끄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좀 삐뚤어지게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요. 그 당시의 저는

"그 안은 좀 어렵겠다"라는 의견을 들으면 "김도경 당신이 틀렸다"로 알아듣고 있었던 것 같아요.


2.

그래서 연습을 하나 시작했습니다. 반대가 나오면 속으로 제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좀 우습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웃지 말고 읽어 주세요 ^^ (저 진짜 진지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지금 제가 반대 의견을 세게 받아서 당황했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지금 김도경이 당황했구나." 처음엔 좀 우스웠어요. 회의 중에 속으로 제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름을 붙이는 순간 제가 당황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잠깐 멈추면 바로 받아치는 대신 한 번 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3자 입장에서 저를 바라보는 것이죠.


한 번 더 들으니까 반대마다 이유가 하나씩 보였어요. 시기가 이르다, 비용이 걱정된다, 예전에 해 봤는데 잘 안 됐다. 저는 그 이유를 듣기도 전에 제 안을 지키느라 바빴던 거예요. 여기서 제가 확실하게 느낀 점은, 반대하는 분들도 대부분 걱정 하나를 말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걱정을 듣기도 전에 받아치면 서로 자기 말만 하다가 회의가 끝납니다. 그리고 걱정을 한다는 이야기는 이 프로젝트가 잘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서로 의견을 내는 건데 저는 여태 건설적인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 뒤로 반대를 들으면 이렇게 합니다. 1) 속으로 이름을 부릅니다. 2)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고 한 번 더 여쭙니다. 3) 상대 말부터 받고 나서 제 얘기를 합니다. 이 질문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이 질문을 받으면 상대도 자기 이유를 한 번 더 정리해요. 그러다 보면 "사실 반대라기보다 시기가 걱정이에요"처럼 반대가 작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걱정 하나만 풀면 되는 일이 되는 거죠.


제가 미리 상의를 못 한 부분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인정합니다. "그건 제가 먼저 여쭤 봤어야 했네요." 이 한마디에 분위기가 확 풀리곤 하니까요. 제가 인정 안 하고 고집으로 버티면 상대도 버티더라고요. 회의가 진전이 없는 것이죠.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제 의견을 다시 말할 때는 상대 말부터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 걱정은 맞아요. 다만 이 부분은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같은 내용인데 순서만 바꿔도 듣는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많이 느껴요.


반대하던 분이 제가 못 본 걸 알려 준 적도 많았어요. 그 덕에 계획이 틀어질 뻔한 걸 미리 막은 적도 있고요. 지금도 얼굴이 뜨거워질 때는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한 번 그랬습니다. 속으로 이름을 부르고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고 물었더니, 반대하던 분이 한참 설명하다가 이러시더라고요. "근데 말하다 보니 해 볼 만하긴 하네요."

반대 의견에 울컥하지 않으려면, 바로 받아치지 말고 한 번 더 묻는 것부터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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