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묻는 답장이 확 줄었어요
저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려면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꼼꼼히 다 적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는데요. 혹시 예전의 저처럼 진행 상황을 물어 오면 길게 답하고 계신 분이 있을까 싶어 그동안의 기록을 꺼내어 공유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답장 첫 줄에는 상대가 물은 것의 답을 써야 합니다. 즉, 두괄식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죠.
"그 건 어떻게 됐어요?"
여러 일을 동시에 굴리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받는 질문입니다. 윗분도 묻고, 옆 팀도 묻고, 같이 일하는 분들도 물어요. 진행을 챙기는 사람이니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질문이죠. 그래서 성실하게 답하고 싶었습니다. 열정이 과다했던 것 같긴 한데, 누구한테 연락했고, 뭐라고 답이 왔고, 뭐가 남았는지 한 번은 다섯 줄을 꼼꼼히 써서 보냈어요. 돌아온 답장은 "그래서 되는 거예요?"였습니다. 속으로 '다 적었는데?' 싶었는데요. 보낸 걸 다시 읽어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상대가 궁금한 건 되는지 안 되는지 하나였는데, 그 답이 다섯째 줄에 있었거든요. 저는 일어난 순서대로 썼고, 상대는 궁금한 순서대로 읽었던 겁니다. 그 뒤로 답하는 순서를 바꾸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1.
우선, 첫 줄엔 질문에 나온 말로 답합니다. "언제 돼요?"면 "금요일에 됩니다." "누가 해요?"면 "제가 합니다." "되는 거예요?"면 "됩니다" 아니면 "아직이요." 이렇게요. 이렇게 쓰면 상대는 첫 줄만 읽고도 다음 행동을 정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궁금하면 읽고, 아니면 안 읽어도 됩니다.
2.
이유는 둘째 줄부터, 세 개까지만 씁니다. 제가 두괄식으로 쓴다고 해서 맥락이나 경위를 빼먹는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순서를 좀 바꾸기 시작했는데요. 첫 줄에 질문에 대한 답을 두고, 둘째 줄부터 이유나 남은 일을 적습니다. 이유가 네 개를 넘어가면 다시 읽어 봐요.
대개 제가 얼마나 애썼는지 설명하는 줄이 끼어 있거든요.
그런 줄은 지워요. 상대가 궁금한 건 제 수고가 아니었더라고요.
3.
모르면 모른다고, 첫 줄에 씁니다. 제일 어려웠던 건 답을 아직 모를 때였습니다. 그럴수록 앞에 설명을 길게 붙이게 되더라고요. "모릅니다"라는 말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어서요.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요즘은 모르면 모른다고 첫 줄에 있는 그대로 쓰려고 합니다. "아직 모릅니다. 내일 오전까지 확인해서 알려 드릴게요." 언제까지 알아볼지만 붙이면 모른다는 말도 충분히 답이 됩니다. 이렇게 보냈을 때 오히려 "네, 내일 봐요" 하고 대화가 제일 깔끔하게 끝났어요.
4.
보내기 전에는 첫 줄만 다시 한번 읽어 봅니다. 이 한 줄로 질문이 풀리는지 보는 거예요. 안 풀리면 답이 아래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라, 그 줄을 위로 올립니다. 이렇게 하니까 되질문이 좀 줄었던 것 같아요. 어제도 슬랙으로 "그 건 어떻게 됐어요?"라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목요일에 됩니다. 남은 건 서명 하나예요." 두 줄 보냈더니 엄지 이모티콘 하나가 돌아왔어요.
상대가 궁금한 순서대로 쓰면 두 줄로도 충분하구나, 싶었습니다.
다들 답장 첫 줄에 뭘 쓰시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아직 부족한데요, 이렇게 하니까 좋더라, 하는 느낌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