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으로 안 되는 일을 노력하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상담 좀 더 많이 해 주세요. 등록까지 이어지게요." 한동안 제가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옆 팀에 습관처럼 던지던 말입니다. 지금은 병원으로 영업을 다니고 있지만, 이건 그 전 온라인 게임인 교육 회사에 다닐 때의 이야기입니다. 성인들이 듣는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그 과정에 사람을 모으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시 모자랐던 건 물리적으로 전화를 걸 사람의 숫자였습니다. 저는 그 당연한 사실을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때는 동료들이 이미 한계까지 애쓰고 있다는 것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제 얕은 지식과 시선으로 상황을 판단했던 것이죠.
자아가 참 비대했던 것 같습니다.
1.
저는 그 회사에서 주로 교육 과정을 기획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분들이 몇 달 동안 참여하는 과정이었죠. 과정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했지만, 사람을 모으는 것까지가 제 몫이었습니다. 당시 수강생이 모집되는 일의 순서는 이랬습니다. 수강 희망자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제출하면 제가 합격 문자를 보냅니다. 그리고 문자를 받은 사람이 최종 등록 신청까지 마쳐야 진짜 우리 수강생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문제는 그 중간 과정에서 터졌습니다. 신청서는 많이 들어오는 날엔 하루에 50건 가까이 들어오는데, 정작 최종 등록을 하지 않고 중간에 멈춰 있는 분들이 한 달이면 250명에서 300명씩 매번 쌓였습니다. 그 이탈자들을 붙잡기 위해 옆 팀 동료들이 달라붙어 한 명씩 전화를 걸었습니다.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커리큘럼에 대해 궁금한 점을 풀어 주고, 최종 등록을 안내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등록 숫자가 뜨는 대시보드 화면부터 열었습니다. 전날과 비교해 숫자가 그대로인 날이면 어김없이 옆 팀으로 넘어가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상담 좀 더 많이 해 주세요."
"조금만 더 친절하고 도움이 되게 설명해서, 최종 등록까지 가게 해 주세요." 지금 돌아보면 가장 쉬운 부탁이었습니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고 남에게 떠넘기는 쪽이 제일 속 편하니까요.
2.
그러던 어느 날, 매일 보던 대시보드 숫자 대신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동료들을 봤습니다.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 적은 인원마저도 거의 다 쉴 틈 없이 상담 전화에 매여 있었고, 그중에는 지난주에 막 입사해 업무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신입 직원도 섞여 있었습니다. 한 달에 250명에서 300명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1:1로 긴 상담을 진행한다. 따져 보면 그 인원으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 잘해 달라고 부탁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예전에 온라인카지노에 <귀찮음이 많은 제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숟가락 하나로 거대한 모래성을 옮기듯 미련하게 일하지 말고, 포클레인처럼 한 번에 뭉텅이로 옮길 방법부터 찾아보자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남들에게는 숟가락질하지 말라고 글까지 써 놓고는, 정작 현장의 동료들 손에 조그만 숟가락을 쥐여 주며 더 빨리 퍼 달라고 재촉했던 게 바로 저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담 인력이 부족해서 이번 기수 모집 결과가 나빴다"고 윗선에 보고하며 손을 털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렇게 핑계만 대고 앉아 있기엔 모집 마감이 코앞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어떤 과정은 폐강을 막기 위해 마감을 겨우 2주 앞두고 최소 13명이 모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등록된 인원은 고작 5명뿐이었습니다.
3.
재촉을 그만두고, 같은 팀 리더와 함께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도 온라인 설명회라는 카드가 있긴 했지만, 신청한 분들과 일정을 하나하나 조율하고 기다리는 방식이었습니다. 투입되는 손은 많이 가는데 정작 모이는 사람은 적었죠. 그래서 세 가지를 바꿨습니다.
첫째,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질문에 미리 답을 주었습니다.
동료들이 전화를 걸어 받는 질문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똑같은 대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자주 나오는 단골 질문과 답변을 카드뉴스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합격 문자를 보낼 때 링크로 처음부터 같이 실어 보냈습니다.
둘째, 우리가 먼저 거는 전화를 줄였습니다.
명단을 들고 모두에게 전화를 돌리는 대신, 안내 문구를 바꿨습니다. "카드뉴스를 보시고도 추가 상담을 원하시면 여기로 신청해 주세요. 저희가 연락드리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만 전화하기로 한 겁니다.
셋째, 여러 사람을 한 번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한 명씩 전화하는 대신, 특정 요일을 고정으로 정해 매주 정기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예전 글에 쓴 대로, 모래를 한 번에 뭉텅이로 옮기기 시작한 겁니다.
설명회에서 과정 소개는 지루하지 않게 10분 남짓으로 끝내고,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질문을 받고 바로 답을 주는 실시간 Q&A 시간으로 채웠습니다. 발표 장표도 새로 만드느라 시간을 쓰지 않고, 딱 두세 장만 핵심을 정리한 뒤 나머지는 원래 있던 홈페이지 화면을 그대로 띄워 설명했습니다. 설명회에 들어온 분들은 긴 상담을 기다릴 필요 없이, 화면에 띄운 QR코드를 통해 바로 등록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홍보 문구도 아주 심플하게 정했습니다. "매주 열립니다. 궁금하면 그냥 들어오세요."
진행 시간을 정하는 과정에서 잠깐 멈칫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회사의 모든 설명회는 늘 온라인 게임인을 배려한다며 저녁 7시가 넘어서 열렸는데, 리서치를 해 보니 그건 들으러 오는 수강생이 아니라 낮에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내부 준비 팀의 일정에 맞춘 시간이었습니다. 수강생들의 생활에 맞춰 시간대를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첫 설명회 일정을 사흘 뒤로 잡았습니다.
4.
2주쯤 뒤, 이 시스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매주 열리는 설명회를 각 과정 담당자들에게 직접 운영하도록 이관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분들 역시 매일 등록률 화면을 보며 가슴을 졸이던 동료들이었습니다. 옆 팀의 지원 부서가 아니라 과정을 직접 설계한 담당자가 설명회를 맡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이 과정이 왜 나한테 맞느냐"는 수강생의 질문에 가장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과정을 만든 기획자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회의실에 모인 그들에게 인수인계를 시작하며 저는 이 말부터 꺼냈습니다. "그동안 대시보드 화면 보시면서 등록률이 안 올라 답답하셨을 겁니다. 미처 몰랐는데, 우리가 사람이 참 많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이게 귀찮은 상담 업무를 아예 없애 버리자는 말로 오해받을까 봐, 한 번 더 말했습니다. 기존의 1:1 상담은 꼭 필요한 분들을 위해 그대로 유지한다고요. 다만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설명회를 하나 더 두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설명회를 듣고 등록을 마친 분들에게만 확인 전화를 빠짐없이 드리기로 구조를 바꾸니, 모두에게 걸던 전화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거는 전화로 줄었습니다. 그 바쁜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면서 준비 단계의 부담까지 얹어 주면, 그건 일만 하나 더 느는 셈이었습니다. 그래서 발표용 장표는 제가 만들어 들고 갔습니다. 각자 바꿀 것은 담당자 이름과 최종 등록 QR코드, 딱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내용도, 시간 배분도 현장 분위기에 맞춰 편하게 고쳐서 쓰라고 덧붙였습니다.
담당자들의 현실적인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저녁 7시 시작은 무조건 고정인가요?"
"아닙니다. 요일도 시간도 본인 타깃들이 가장 많이 올 만한 편한 때로 정하세요."
"이번 주에 문자를 보냈는데 안 들어온 분들은 어쩌죠?"
"다음 주에 설명회 안내 문자를 또 보내면 됩니다. 첫 주에는 단순히 시간이 안 맞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듣던 한 동료가 예전 경험을 꺼내놓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안내 문자를 40명에게 보냈더니 20명이 들어왔고, 그중 7명이 최종 등록까지 이어졌다고요. 대신 광고 문자처럼 보이면 사람들이 바로 스팸 차단을 해 버리니, 070 번호 대신 회사 휴대폰 번호로 보내 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제 자리에서 대시보드 숫자만 볼 때는 알 수 없던 이야기더라고요.
설명회 시간대를 두고 한참 동안 토론이 오갔습니다.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시간대를 데이터로 확인하자는 의견도 좋았지만, 저는 흐름을 끊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녁 8시가 나을지 오전 10시가 나을지 근거를 찾는 동안, 차라리 설명회를 한 번 더 열어 보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일단 부딪혀 보죠."
그 말을 듣고 한 담당자가 그 자리에서 본인의 과정을 수요일 오후 3시로 정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기 전,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혹시 진행하면서 걱정되는 거 없으세요?"
"없습니다."
"진짜 없어요?"
"네, 진짜 없습니다."
말은 없다고 했지만, 사실 이 방식을 주도적으로 해 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걱정하는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정만 겹치지 않는다면 첫 주에 열리는 모든 설명회에 제가 패널로 같이 들어가 마이크를 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 최종 마감까지는 정확히 3주의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규칙 하나만 정했습니다. 이번 주, 다음 주, 다다음 주. 마감 전까지 딱 세 번만 거르지 말고 정기적으로 설명회를 열어 보자고요. 과정 등록률이 낮아 괜히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한 분에게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죄송해할 거 전혀 없습니다. 일단 같이 해 봅시다."
5.
회사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봅니다. 매주 같은 고객 문의가 쏟아지는데, 답하는 사람은 한 명뿐인 부서 말입니다. 그 부서를 향해 "조금만 더 빨리 처리해 주세요", "더 열심히 대응해 주세요"라고 재촉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이 아무리 빨라져도, 밀려드는 질문을 혼자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을 한 장으로 정리해 미리 보내는 게 백 번 재촉하는 것보다 빠르더라고요.
결국 손봐야 했던 건 일의 구조였구나, 싶었습니다.
방식을 바꾸기 전까지 제가 했던 행동은, 이미 애쓰고 있는 분들에게 더 애써 달라고 한 것밖에 없었습니다. 상대방과 1:1로 붙잡고 설명하는 것만이 성실한 방식인 줄 알았습니다. 그사이 매일 버텨야 했던 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옆 팀 동료분들이었고요.
ps. 지금도 회사에서 일이 막히거나 성과가 정체되면 "조금만 더 열심히 해 보자"는 말이 먼저 나오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전 회사의 일화를 떠올리면서 저를 다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