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거기서 울었을까
“성현아, 아빠 또 우는지 좀 봐라.”
성현은 엄마의 말을 듣고 화장실 문에 귀를 기대어본다. 크지 않지만, 아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람이 우는 건 몰라도 아빠가 울면 그 집이 망한 것이라고들 말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면 우리 집은 수 십여 차례 망했어야 했다.
성현의 아빠는 평소에 침울한 사람이 아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가족에게 웃음을 주고, 그렇게 썩 잘하지 못하는 일에도 ‘일단 한 번 해 보자.’라는 이야기를 습관처럼 하셨다. 그렇게 시도한 결과물들은 대개 썩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그때마다 성현의 아빠는 ‘살아가는 것은 다 시간을 경험으로 바꾸는 것이다.’라고 버릇처럼 말했다.
아빠는 성현이 자신의 좋은 점을 닮고 나쁜 점은 닮지 말기를 바라는 일반적인 가장이었다. 화장실에서 우는 것 빼고. 그렇게 자주 울지는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엄마. 아빠는 왜 화장실에서 자꾸 울어?”
“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싫어서 그렇겠지.”
“아빠 우울증 아냐?”
“아냐. 지난번에 걱정돼서 한 번 우울증 검사도 받아봤는데 멀쩡하더라고.”
“그건 언제 받았어?”
“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안 했어. 받기 싫다는 거 억지로 겨우 받게 했는데 멀쩡하니까 더 이해가 안 되더라.”
성현은 문이 굳게 닫힌 화장실 문을 보다 휴대폰을 꺼내 인공지능에게 물어본다.
“아빠가 자꾸 화장실에서 울어. 이유가 뭘까?”
인공지능이 답했다.
“아빠가 화장실이라는 개인적이고, 밀폐된 공간에서 우신다는 이야기가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시는 것도 가슴 아픕니다.”
성현은 스크롤을 내려 인공지능의 이야기를 마저 읽어봤다.
“아버지가 왜 우시는 지 정확한 이유는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대신, 일반적인 중장년층이 홀로 눈물을 흘리는 심리적, 환경적 요인을 알아봤습니다.”
인공지능은 아빠의 눈물을 중압감, 고립감, 갱년기 및 호르몬 변화, 슬롯적 위치의 변화, 건강에 대한 불안이나 노화로 예상했다. 하지만 성현은 인공지능이 말한 이유들이 아빠의 눈물을 설명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아빠는 곧잘 이런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간다는 게 다들 싫다고 하지만, 그래도 결국 먹게 돼. 그러니까 기왕 먹는 거 맛있게 먹자.”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 쌓이면 젊을 때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더라. 예를 들어 성현이가 말은 안 해도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걸 알아채는 눈치 같은 것.”
특히 ‘눈물’에 대한 아빠의 생각은 정말 특이하여, 성현의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성현이 학교에서 친구와 싸워 울면서 돌아왔을 때였다. 아빠는 깜짝 놀라서 성현에게 물었다.
“성현아 왜 울면서 왔어?”
“오늘 진성이하고 싸웠어.”
“뭐 때문에?”
“진성이가 지우개 빌려달라고 했는데 안 빌려줬어.”
“왜 안 빌려줬는데?”
“진성이는 맨날 지우개 모서리만 써서 지워가지고 지우개가 빨리 낡아서.”
성현이 막 이야기를 마친 뒤, 아빠는 성현에게 말했다.
“속이 많이 상했겠네. 그러면 화장실 가서, 한 번 소리 지르고 크게 울고 와 봐라.”
성현은 아빠의 말대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으아앙, 킁킁, 훌쩍 엉엉. 성현은 안 그래도 어린 8살이지만 마치 엄마 뱃속에서 방금 나온 아기처럼 우렁차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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