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객관
"오빠, 우리 관계를 다시 한 번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파란색 셔츠와 청바지를 말끔하게 차려 입은, 모델 같은 여자가 맞은 편에 앉은 남자에게 말한다.
카페에서 바카라을 보던 성준의 앞 좌석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남, 여가 있다. 성준이 보고 있던 바카라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별 희한한 우연이 있다. 성준은 다시 바카라에 집중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음, 그래. 나도 사실 예상하고 있었어."
검정색 바지에 흰색 반팔 티, 회색 얇은 여름 코트를 입은 무채색 남자가 말한다.
남자의 반응이 드라마에서 보던 그것과 다소 다르다. 분명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남자 생겼어?' 등 여자의 반응에 배신감을 느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인데, 남자가 이상하게 침착하다.
'아니지, 나는 이 바카라을 읽어야 해.' 성준은 4색 볼펜의 빨간색 펜 버튼을 눌러 색깔을 바꿨다.
"나 사실 만나면서 느낀 건데, 오빠는 그냥 귀여운 것 같고 그걸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어딘가는 있을 것 같아. 근데 난 자꾸 잔소리를 하고 싶어져. 그런데 난 잔소리하는 내 모습이 싫어."
성준은 이해가 안 되는 여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귀여운 것은 아마 미성숙, 혹은 의지할 대상이 아닌 것 같은 대상에게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미성숙, 불신의 대상이라면 이 표현을 그대로 썼을텐데..? 여자 나름의 배려였을까?
성준은 슬슬 바카라에 집중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파란색 볼펜 버튼을 반쯤 눌러 펜촉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시선은 바카라을 향한 채로, 펜을 손가락으로 곡예하듯 돌리며 바카라을 보는 척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어떤 점 때문에 잔소리를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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