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 얼굴

by천원

오늘은 성준이 한 달 전에 신청했던 미술 체험 수업인 '선으로 만나는 나'를 수강하는 날이었다. 미술 학원에 도착한 성준은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이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

"미술 수업 신청했던 수강자입니다."

"혹시 원래 온다고 하셨다가 안 온다고 하셨던 분 아닌가요?"

"아닙니다. 저는 오늘 수업을 듣기로 했습니다."

"잠시만요! 곧 갈게요. 먼저 들어가 있으세요!"


일전에 수강생 2명 중 1명이 수업을 들을지에 대해 애매하게 이야기했던데, 결국 수업을 듣지 않겠다고 했나 보다. 그리고 수강생이 없다고 생각하셔서 외출을 하신 듯하다. 오지 말 걸 그랬다. 저녁이 있는 삶을 서로가 누릴 수 있었건만.


조그마한 테이블 옆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파마머리에 범생이 안경을 쓴 학생이 서 있다. 그 키에 딱 맞는 사이즈의 테이블과 의자를 봐도 '내가 앉아도 되는 자리인가?'라는 생각에 멈칫하게 했다.


"아휴, 제가 번호를 잘못 알았네요.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주변 좀 치우고 바로 수업 시작할게요."


선생님이 들어왔다. 미술용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는 파마한 단발이라 찰랑거리지 않았다. 키는 나보다 한 15센티 정도 작고, 왠지 슬하에 초등~중학생 정도의 자녀를 두셨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친절한 말투에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성준은 다소 긴장을 내려놨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긴장은 성준보다 선생님이 더 될 듯하다. 밤 7시에 개인정보 조금만 아는 사내와 일대일 수업이라니.


바카라상 위에는 학생들이 쓰고 남은 팔레트, 붓, 물감, 거울 등 잡동사니가 많다. 팔레트는 팔레트끼리, 붓은 붓끼리, 물감은 물감끼리 어느 정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과 학생이 대화 중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밤에, 선생님이 수업이 있어서 OO이는 집에 일찍 가야겠다.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그러면 내일 올 수 있어?"

"네."

"그래. 그럼 내일 보자."


학생과의 대화를 마치고 선생님은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자리에 앉았다.

"바쁘실 것 같아서 먼저 살짝 치워봤어요."

"아, 예 감사합니다. 혹시 수업은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한 달 전 즈음인가? 인스타그램에서 미술 수업 무료 신청이 있어서 신청해 두고 까먹고 있었네요. 하하."

"네. 그러면 오늘 수업 내용 소개해드릴게요. 바로 '선으로 만나는 나.'에요. 혹시 거울 자주 보세요?"


성준은 생각했다. 거울? 태어나서 지금까지 성준이 거울을 휴대했던 적은 없다. 거울은 아침에 씻을 때 보고, 화장실 갔다 올 때 옷매무새 점검 겸 보고, 눈에 눈썹이나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빼기 위해 보는 정도로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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