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은유는 무의식이 말하는 방식이다

by홍종민


11장.


은유는 무의식이 말하는 방식이다


상담실에서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뭔지 아는가.


말 뒤에 있는 것을 놓치는 것이다.


선생님은 저를 이해하시는 것 같아요. 내담자가 말했다. 나는 고마워했다. 감사해요, 함께 더 이해해나가요. 이렇게 받았다. 그것으로 끝냈다.


그런데 그 말이 전이의 신호였다. 오래전 특별한 누군가에게 가졌던 감정이 지금 나에게 옮겨오고 있다는 신호. 그 신호를 그냥 받아들이면 전이가 강화된다. 나를 그 오래된 누군가로 더 깊이 경험하게 된다. 그 누군가가 결국 실망시켰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 실망시킬 것이다. 그 패턴이 반복된다.


그 신호를 너무 빨리 해석하면 상처받는다. 감사하다는 말을 했는데,


갑자기 전이 轉移 (Transference) 이야기를 꺼내면 당혹스럽다.


딱 맞는 방식이 있다. 그 방식이 은유를 통하는 것이다.


은유는 화자가 아직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무의식적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제공한다(한나 외, 2025: 131). 무의식적 과정을 이해하는 또 다른 길. 직접 말하기 어려운 것이 은유로 나온다. 무의식이 말하기 적당한 형태를 찾은 것이 은유다.


— 말이 말이 아닐 때 —


은유는 다른 무언가를 대신하는 것이다.


메타포(Metaphor)라는 단어는 '옮기다'를 의미하는 두 개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한 대상의 특정 측면이 다른 대상으로 옮겨지거나 전이되어 두 번째 대상이 마치 첫 번째 대상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일련의 언어적 과정이다(한나 외, 2025: 131에서 재인용).


전이. 옮겨지다. 은유의 어원이 전이의 어원과 같다.


은유와 전이의 사용을 동일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둘 다 치료 회기에서 다른 무언가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한나 외, 2025: 131). 은유와 전이는 같은 구조다. 둘 다 말 뒤에 말이 있다. 둘 다 보이는 것 뒤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은유는 하나의 대상이 다른 대상을 대신하고, 전이는 현재의 사람이 과거의 사람을 대신한다.


그래서 은유를 잘 듣는 사람이 전이를 잘 읽는다. 내담자가 쓰는 은유 안에 전이의 윤곽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40대 초반의 남성이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온라인 게임이 감옥 같아요.


표면만 들으면 온라인 게임이 힘들다는 말이다. 그런데 감옥이라는 은유 안에 더 많은 것이 있다. 자유가 없는 곳. 탈출할 수 없는 곳.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거기 있어야 하는 곳. 그리고 감옥에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낙인이 있다.


그가 온라인 게임을 그렇게 경험하고 있었다. 탈출할 수 없는 곳. 자기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닌 곳. 거기 있는 것이 잘못의 결과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


그 은유가 나와의 관계에서도 작동하고 있었다. 상담실에도 와야 하는 것처럼 왔다. 매번 조금 늦게 왔다. 끝날 시간이 되면 일어날 준비를 먼저 했다. 감옥의 패턴이 여기서도 반복되고 있었다.


그 은유가 전이의 지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 은유 안에 머무는 세 가지 방법 —


은유를 들었을 때 상담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세 가지다.


첫째, 은유 안에서 머무는 것이다. 은유를 풀어헤치지 않고, 그 언어를 사용해서 더 깊이 들어가는 것.


온라인 게임이 감옥 같다고 했을 때.


"감옥에서 특히 어떤 부분이 힘드세요. 담장이요, 아니면 간수요."


이렇게 묻는 것이다(한나 외, 2025: 132). 이 방식이 내담자에게 안전함을 준다. 자신이 선택한 언어 안에서 더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자가 그 언어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함께 있어주기 때문이다. 직접 말하기 어려운 것을 감옥이라는 은유 안에서 더 탐색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은유에 담긴 암묵적 메시지를 꺼내는 것이다. 은유가 전달하는


더 깊은 의미를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온라인 게임이 감옥 같다고 했을 때.


"마치 거기서 탈출하고 싶은데 탈출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드시는 것 같아요."


이렇게(한나 외, 2025: 132). 은유의 표면 의미를 풀어서 더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다. 감옥이라고 말했지만, 그 뒤에 있는 것은 갇혀있는 느낌, 탈출 불가능성이다. 그것을 말로 꺼내는 것이다.


셋째, 은유를 만드는 것이다. 내담자가 말하지 않은 경험을 포착하기 위해 상담자가 새로운 은유를 제안하는 것.


결정을 못 하겠다고 할 때.


"빵집 진열대 앞에서 어떤 빵을 고르지 못해서 배가 고픈 상태로 서있는 모습이 떠올라요. 그런 이미지가 맞나요."


이렇게(한나 외, 2025: 133). 상담자가 은유를 제안하는 것이다. 내담자의 경험을 이미지로 담아서 돌려주는 것이다.


— 은유가 전이를 드러내는 순간 —


은유가 전이와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내담자가 다른 사람에 대해 쓰는 은유가, 나와의 관계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


30대 후반의 여성이 자기 애인에 대해 말했다. 애인은 고슴도치 같아요.


나는 은유 안에서 머물기로 했다.


"고슴도치의 가시가 찌를 때,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러난다고.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다가간다고. 애인이 가시를 세울 때 오히려 더 끌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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