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해석 이후

by홍종민


18장.


해석 이후


내담자가 침묵한다. 혹은 아니라고 한다. 혹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혹은 갑자기 자리가 불편해진다. 혹은 눈을 피한다.


처음에 나는 이것이 실패라고 생각했다. 해석이 맞지 않았거나 잘못 짚은 것이라고. 그런데 아니었다. 이것이 해석 이후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해석이 끝이 아니다. 언제나 시작이다.


나는 처음에 해석을 잘하면 내담자가 바뀐다고 생각했다. 맞는 해석이 변화를 만든다고. 그런데 아니었다. 해석은 시작이었다. 그 이후에 내담자가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저항하는지, 씨름하는지,


그 과정이 변화를 만들었다.


해석은 씨앗이다. 훈습은 그 씨앗이 천천히 자라는 과정이다. 씨앗을 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이 자랄 수 있는 땅을 만들어야 한다. 해석 이후가 그 땅을 만드는 시간이다.


— 저항이 답이다 —


프로이트의 이 문장을 읽기 전에, 나는 그 기다림을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항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는 곧바로 저항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우리는 환자가 저항을 무릅쓰고 분석의 기본 규칙을 따라 작업을 계속함으로써 그에게 이제 알려진 저항에 몰두할, 그것을 훈습할, 그것을 극복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프로이트, 1914: 128).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내가 해석을 했다고 해서 내담자가 곧바로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해석과 씨름하는 시간. 저항하고 부정하고 다시 돌아오고 조금씩 받아들이는 시간.


이것이 어렵다. 내가 해석을 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는 답답해진다. 맞게 봤다는 확신이 있을수록 더 답답하다. 왜 인정하지 않는가. 왜 피하는가. 그 마음이 생긴다.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해석 이후의 과제다.


분석가에게는 잠자코 기다리며 일이 진행되도록 놔두는 것 이외에 다른 할 일이 없다. 분석가가 이런 식의 통찰을 고수한다면 올바른 길에 따라 치료를 잘 이끌어가고 있는데도 일을 망쳤다고 실망하는 일을 종종 피할 수 있다(프로이트, 1914: 129). 잠자코 기다린다. 바로 이것이 해석 이후에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기다리는 것이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내담자가 훈습하는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저항 훈습하기는 실제 치료에서 피분석자에게는 까다로운 과업일 수 있으며 분석가에게는 인내심에 대한 시험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분석 작업 중 환자를 가장 크게 변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부분이다(프로이트, 1914: 129). 해석이 아니다. 훈습이다. 내담자가 저항하면서 씨름하면서 조금씩 소화하는 과정이 변화를 만든다.


훈습은 반복이 필요하다. 한 번에 소화되지 않는다. 같은 것이 다른 형태로 계속 나오면서, 내담자가 그것과 여러 번 만나면서, 조금씩 내면에 깊이 새겨진다. 그 반복되는 과정이 실제 변화를 만든다.


정신분석가 브론스타인이 변화의 본질에 대해 관찰한 것이 있다. 행동이나 반응 방식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심리적 변화는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감정과 충동자극에서의 변화, 자기의 상이한 측면들 사이의 관계의 변화를 포함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중단을 정말로 시작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해석을 통해서다(브론스타인, 2019: 357-358). 해석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한 번의 해석으로 되지 않는다. 반복해서 씨름하는 훈습이 필요하다.


훈습의 속도는 내담자가 정한다. 내가 정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속도를 존중하면서 함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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